
24일(현지시간) 요르단강 서안지구 제닌 난민 캠프에서 팔레스타인 남성이 짐을 옮기고 있다. AFP연합뉴스
이스라엘이 요르단강 서안지구에서 벌이는 ‘군사작전’이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면서 가자지구에서처럼 주민 강제 이주가 벌어지는 것 아니냐는 의심이 커지고 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 후속 휴전협상이 난항 중인 가운데, 양측의 날선 메시지가 쏟아지며 전쟁 위기가 다시 고조되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24일(현지시간) 서안지구 북부 제닌에서 이스라엘군의 불도저가 광범위한 영역의 난민 캠프를 철거하고 좁은 골목을 밀어 넓은 도로로 개척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바시르 마타헨 제닌 자치당국 대변인은 로이터통신에 최소 12대의 불도저가 주택과 도로 등 인프라 시설을 부수고 있다며 “이 캠프는 살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이스라엘 육군 공병대는 1에이커(약 4000㎡) 규모의 부지에 물탱크·발전기를 설치하는 등 장기 주둔에 대비하는 모습도 목격됐다.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 휴전 돌입 이틀 만인 지난달 21일부터 서안지구에서 ‘무장세력 제거’를 앞세워 대대적 군사작전을 벌였다. 제닌, 툴카렘, 투바스 등 서안지구 북부 난민촌 3곳에 공세가 집중됐다. 지난 23일에는 2002년 제2 인티파다(이스라엘 점령에 대항한 팔레스타인인들의 봉기) 이후 23년 만에 탱크가 서안에 진입했다.
이후 약 한 달간 팔레스타인 주민 약 4만명이 피란길에 올랐다. 1967년 이스라엘의 서안 점령 후 가장 큰 규모의 피란이었다.
로이터통신은 이스라엘군의 작전 양상을 두고 “가자지구에서 적용했던 전술을 떠올리게 한다”고 지적했다. 무장세력 제거라는 표면적 목적과 달리 영구적으로 주민들을 몰아내려는 의도가 깔린 것 아니냐는 것이다. 이스라엘 카츠 이스라엘 국방부 장관은 지난 23일 서안지구의 군사 작전을 강화할 것을 명령하며 “장기 주둔에 대비하라”고 지시했다.
요르단강 서안은 국제법상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가 행정권을 가진 땅이지만, 이스라엘이 1967년 3차 중동전쟁에서 승리한 후 점령해 자국민 이주를 확대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