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앞 태극기 들고 집결
“탄핵 무효” 외치며 소란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최종변론이 열린 25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는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오전부터 태극기·성조기를 들고 모여들었다. 이들은 ‘대통령을 탄핵하는 헌법재판관=제2의 을사오적’이라 적힌 현수막을 펼치고 “윤석열 대통령은 우리가 지킨다”고 외쳤다.
경찰은 헌재 방향 인도의 통행을 막는 등 통제를 강화했다. 전날 일부 극우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 “집에 무기 하나씩 다 있지 않으냐” “내일 경찰이 행패 부리는 걸 인원으로 찍어눌러야 한다” 등 폭력 시위를 선동하는 듯한 글이 올라와 더 긴장감이 감돌았다. 경찰이 차량으로 이들을 막자 “왜 사람을 차벽으로 가두냐”며 경찰에 항의하기도 했다. A씨(27)는 “지금 헌재 재판은 불법”이라며 “빨리 기각되어 윤 대통령이 복귀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나왔다”고 말했다.
마지막 변론을 보기 위해 헌재를 찾은 시민들도 있었다. 전모씨(40)는 “대통령이 국민에게 사과라도 한마디 했으면 한다”고 했다.1868명이 재판 방청을 신청해 20명만 표를 받았으니 100 대 1에 가까운 경쟁을 뚫은 셈이다.
윤 대통령이 오후 4시32분쯤 헌법재판소에 도착하자 헌재 맞은편 인도에서는 “윤석열 대통령”을 연호하는 외침이 커졌다. 윤 대통령은 양측 대리인단의 최종변론이 진행되는 동안 헌재에 마련된 별도 공간에서 머리 손질을 받으며 3시간 반가량 대기했다. 최후진술을 하러 심판정에 입장한 윤 대통령의 눈빛은 또렷했지만 밝은 표정은 아니었다. 윤 대통령은 자신의 대리인단과 여당 의원들을 눈으로 훑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국회 측 대리인단과 야당 의원들에게는 눈길을 주지 않았다. 윤 대통령은 재판관들을 향해 인사한 뒤, 피청구인 측 발언대에 올라섰다. 그러고는 1만4811자 분량의 진술서를 꺼내 읽기 시작했다. 윤 대통령은 84일 전, 지난해 12월3일 대통령실 브리핑룸에서 비상계엄을 선포하면서 대국민 담화문을 읽던 그때와 같은 차림, 같은 자세로 자신의 대통령 탄핵 문턱에서 마지막 변명을 이어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