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과 김형두 재판관이 25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11차 변론기일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12·3 내란 우두머리인 대통령 윤석열이 25일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최후진술에서 계엄은 ‘계몽령’이라는 망발을 늘어놓았다. 대국민 사과는 고사하고, 대통령 직무에 복귀하면 개헌과 정치개혁에 집중하겠다는 망상으로 국민들 염장을 질렀다. 헌재 결정에 승복하겠다는 약속도 없었다. 윤석열은 두 달 가까운 탄핵심판 내내 손으로 해를 가리려 했다. 부화뇌동해 법원에 난입하고 법치를 흔든 극우세력은 사회 안정을 해치는 심각한 위협 요인으로 떠올랐다. 이런 모습에 불안하고 지친 국민 다수는 윤석열이 최후진술에서라도 내란죄를 깨끗이 인정하고 참회하길 바랐을 것이다. 그러나 윤석열은 이런 최소한의 기대마저 여지없이 깨버렸다.
윤석열은 12·3 비상계엄을 두고 “계엄의 형식을 빌린 대국민 호소”라며 “2시간짜리 내란이라는 것이 있느냐”고 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이 국회를 장악하고 내란을 일으키려 했다는 거대 야당의 주장은 정략적인 선동 공작일 뿐”이라고 했다. 계엄의 밤에 국회와 선관위가 유린되는 장면을 전 국민이 생중계로 지켜봤다. 그런데도 계엄군의 국회 난입에 대해 “시민과의 충돌을 피하기 위해 유리창을 깨고 들어갔다”는 궤변까지 내놓았다. 윤석열은 공수처가 자신의 체포영장을 집행하려 한 건 ‘불법’이고, 중앙선관위에 계엄군을 투입한 것은 “전산시스템 스크린 차원”이라고 했다. 법치주의나 헌법기관을 이렇게 깔아뭉개고, 끝까지 위헌·위법이 아니라는 자가 대통령이라는 사실이 부끄러울 따름이다.
윤석열은 “저는 잠시 멈춰 서 있지만 많은 국민들, 특히 우리 청년들이 대한민국이 처한 상황을 직시하고 주권을 되찾고 나라를 지키기 위해 나서고 있다”면서 “이것만으로도 비상계엄의 목적을 상당 부분 이루었다는 생각이 든다”는 망발도 서슴지 않았다. 극우세력에게 자제와 헌정질서 준수를 호소하긴커녕 끝까지 내란을 선동하고 국민을 갈라친 것이다. 그러면서 “제가 직무에 복귀하게 된다면 개헌과 정치개혁의 추진에 임기 후반부를 집중하려고 한다”고 했다. 나라를 엉망진창으로 만들어놓고 대통령직 복귀까지 거론하다니, 뻔뻔하다 못해 파렴치하다.
윤석열의 최후진술은 윤석열이야말로 대한민국의 가장 큰 위험 요인이라는 걸 보여줬다. 이 내란 실패자가 대통령 직무에 복귀하면 식민지·전쟁 폐허에서 각고의 노력 끝에 어렵사리 산업화·민주화·선진화를 이룩한 이 나라가 어떻게 될까. 상상만 해도 모골이 송연하다. 이번 탄핵심판은 대통령 한 사람의 파면 여부를 결정하는 절차가 아니다. 독선적 권력이 군대를 동원해 헌법기관을 유린하고 기본권을 침해해도 되는 나라인지, 그럴 수 없는 나라인지 결정하는 역사적인 심판이다. 헌재는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윤석열을 파면해 자유민주적 가치와 헌정질서 수호의 이정표를 제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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