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명태균 의혹’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윤석열 대통령 부부 공천개입 의혹과 여론조사 조작 의혹 사건을 서울중앙지검으로 이송한다고 밝힌 17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적막감이 흐르고 있다. 권도현 기자
검찰이 26일 오세훈 서울시장 여론조사 비용을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 측에 대납했다는 의혹을 받는 오 시장 후원자를 압수수색했다. 지난해 11월 의혹이 제기된 뒤 오 시장 관련 첫 강제수사다. 검찰이 윤석열 대통령 부부의 공천개입 의혹 등 여권 인사들 수사를 본격화하는 신호탄이란 분석이 나온다.
검찰 명태균 의혹 전담수사팀(팀장 이지형 차장검사)은 이날 사업가 김한정씨의 서울 동작구와 제주시 자택, 서울 여의도 사무실 등 4곳을 압수수색했다. 오 시장의 오랜 후원자로 알려진 김씨는 202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과정에서 명씨가 실질적으로 운영한 의혹을 받는 여론조사업체 미래한국연구소 측에 여론조사 비용 3300만원을 오 시장 대신 냈다는 의혹을 받는다.
미래한국연구소 부소장으로 일한 강혜경씨가 공개한 계좌 내역을 보면, 김씨는 2021년 2~3월 강씨 개인 계좌로 5차례에 걸쳐 3300만원을 입금했다. 오 시장과 안철수 당시 서울시장 후보간 단일화 전후 시점이다. 당시 미래한국연구소는 총 25건의 여론조사를 실시했는데, 이 가운데 13건은 오 시장 관련 질문이 포함된 비공표 조사였다.
강씨는 김씨로부터 받은 돈은 이러한 조사의 대가이며, 명씨 생활비와 연구소 운영자금으로 쓰였다고 검찰에 진술했다. 강씨는 당시 명씨 지시로 오 시장에게 유리하게 여론조사 질문을 만들었고, 오 시장 측에 원본 데이터를 제공했다고 주장했다. 명씨 측은 보궐선거 당시 명씨가 오 시장, 김씨와 만나 여론조사와 관련해 상의했다고 주장했다.
앞서 김씨는 언론에 “명씨가 국민의힘에 보탬이 되는 일을 한다고 해 도와준 것”이라며 “오 시장이 원치 않는 일을 내가 한 것”이라고 말했다. 명씨 측에 돈을 건넨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오 시장과 무관하게 개인적으로 했다는 취지다. 오 시장도 ‘명씨에게 여론조사를 의뢰하거나 조사 결과를 받아본 사실이 없다’며 명씨와의 관계에 줄곧 선을 긋고 있다. 오 시장 측은 이날 입장문에서 “오 시장은 당시 명씨의 사기 조작 미공표 여론조사를 통해 수혜를 입은 사실이 전혀 없으므로 ‘여론조사 대납 의혹’도 없다”고 밝혔다.
검찰은 지난 17일 명씨 관련 의혹 중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 오 시장 등 여권 인사들이 다수 연루된 공천 개입, 여론조사 비용 대납 및 결과 조작 등 핵심 의혹 수사를 창원지검에서 서울중앙지검으로 이송했다. 검찰이 이송 후 9일 만에 첫 강제수사에 나서면서 여권 전반으로 수사가 확대될 거란 전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