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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오 매개로 극우 커뮤니티서 번지는 ‘헌재 파묘 놀이’…정치권까지 가담

입력 2025.02.26 17:31

수정 2025.02.26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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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시인사이드 미정갤·극우 유튜브 등 주동

‘중국인 의혹’ 등 제기하며 황당 음모론 펼쳐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탄핵 반대 시위가 열리고 있다. 정효진 기자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탄핵 반대 시위가 열리고 있다. 정효진 기자

극우 성향의 온라인 커뮤니티 이용자와 유튜버들 사이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을 심리하는 헌법재판소 헌법재판관과 헌법연구관의 개인정보를 찾아내 음모론과 연결 짓는 이른바 ‘파묘 놀이’가 퍼지고 있다. 개인신상을 털어 가짜뉴스에 활용하고 ‘음모론의 증거’라며 덮어씌우는 식이다. 전문가들은 ‘놀이 문화’를 통한 음모론 키우기가 심각하다고 우려한다.

26일 극우 성향 온라인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 미국정치갤러리(미정갤)와 극우 유튜브 채널 등을 보면 일부 누리꾼들이 인터넷상에 있는 헌법재판관과 연구관들의 개인 신상정보와 가족사진 등을 찾아내는 것을 일종의 놀이로 즐기고 있었다. ‘헌재 털기’를 통해 헌법재판관·연구관들이 각종 음모와 연관돼 있다는 논리에 활용하는 식이다. 이들은 이를 ‘파묘’(묘를 파헤치는 행위로 과거 행적을 찾아낸다는 의미)라고 불렀다.

‘파묘 놀이’는 점점 선을 넘고 있다. 초반엔 ‘전 헌법재판소 공보관 발음이 이상해서 중국인으로 의심된다’는 의혹 등을 제기하는 정도였다. 헌재가 이를 부인하자 표적을 다른 연구관으로 바꿨다. 오훤 연구관의 이름이 중국인 같다면서 국적을 의심하더니 오 연구관의 과거 신상을 뒤져서 “고등학교 졸업부터 대학 졸업까지 8년이 걸렸는데, 8년 동안 어디에 있었냐”는 의문을 제기했다. 지난 22일부터는 북한 조선중앙통신에 중국인 유학생 오훤이라는 사람이 등장한다며 동일인이 아니냐고 주장하고 있다. 경향신문이 이날 조선중앙통신 홈페이지에서 ‘오훤’을 검색해보니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

경향신문이 조선중앙통신에 26일 ‘오훤’을 검색해보니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 조선중앙통신 갈무리

경향신문이 조선중앙통신에 26일 ‘오훤’을 검색해보니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 조선중앙통신 갈무리

지난 24일 디시인사이드 미국정치갤러리(미정갤)에 ‘김형두 재판관 파묘 정리본’이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와 있다. 디시인사이드 갈무리

지난 24일 디시인사이드 미국정치갤러리(미정갤)에 ‘김형두 재판관 파묘 정리본’이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와 있다. 디시인사이드 갈무리

이같은 주장은 ‘천조국파랭이’와 같은 극우 유튜버를 통해 확대·재생산되고 있다. 이 유튜버는 2017년 경기도와 중국 랴오닝성, 헤이룽장성, 지린성 등이 함께 연 ‘동북3성 환경협력포럼’에서 발표한 오훤 랴오닝성 환경과학원 소장의 이름을 언급하며 “같은 이름이 동시에 등장하는 게 그냥 우연이냐”는 음모론을 제기했다.

이들은 헌법재판관을 향한 공격도 계속했다.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이 가입한 고교 동창 카페에서 불법 성착취물이 공유되고 있는 것을 찾아내자 문 대행이 남긴 댓글을 합성해 붙여 ‘문 대행이 성착취물에 댓글을 달며 동조했다’는 허위사실을 유포했다. 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헌법재판관 이름과 같은 ‘정정미’라는 이름의 누리꾼의 사진에 푸른색 장미가 등록돼있다면서 친민주당 성향 아니냐고도 했다.

정치권 등 인사들까지 동참하고 있다. 원영섭 변호사(전 국민의힘 미디어법률단장)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에 “95년도 인헌고(오 연구관의 출신고교) 졸업앨범에 사진이 없는데 너는 누구냐”는 글을 올려 음모론 제기에 가세했다.

이들은 서로를 칭찬하고 북돋우면서 놀이 대상의 경계도 넓혀가고 있다. 지난 25일 미정갤에는 “파묘한 글들이 삭제되고 있다” “우리는 평소대로 파묘할 거 하면 된다”는 글들이 올라왔다. 26일에는 이호영 경찰청장 직무대행을 ‘파묘하자’는 제안도 올라왔다. “경찰이 원칙·매뉴얼 다 어기고 우파 시민과 대통령경호처장을 너무 괴롭힌다”는 게 이유였다.

헌재 관계자는 “완전한 가짜뉴스”라며 “탄핵 사건과 무슨 관련이 있는지도 의문”이라고 말했다. 추지현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극우 세력의 인종차별, 민족주의, 법치 부정 등이 한 번에 응축돼 나타나고 있다”며 “혐오가 놀이의 매개 수단이 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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