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26일 국회에서 열린 교육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질의를 듣고 있다. 연합뉴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 24일 의대 학장들과의 간담회에서 내년도 의대 정원을 증원 이전인 ‘3058명’으로 돌려달라는 요청을 받고, ‘제로베이스’(원점)에서 검토할 수 있다는 취지로 답했다고 한다. 그날 대한의사협회에도 의대생 복귀를 전제로 이 방안을 함께 수용하자고 했다. 교육부는 26일 출입기자단에 “의대 정원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사안”이라며 선을 그었지만, 이 부총리 제안은 내년도 의대 정원 동결도 수용하겠다는 양보안이다. 1년을 넘어선 의·정 갈등과 협상의 출구가 될지 주목된다.
이 안은 의대 증원을 되돌리지 않으면, 지난해 휴학생과 올해 신입생이 겹쳐 의대 교육 파행이 불가피하다는 의료계 우려를 받아들인 것이다. 지난달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이 의료계에 사과 뜻을 전하고, 내년도 의대 정원을 원점에서 재논의하자고 한 바 있다. 이에 의료계는 2026학년도는 아예 신입생을 모집하지 말아야 한다고 맞섰다. 하지만 2026학년도 의대 입시가 없어지면 증원은커녕 오히려 의사 수급이 줄어들게 된다. 예비 고3 학생 등은 또 다른 피해자가 되고, 이들이 법적으로 문제제기할 수도 있다. 이제라도 의대 교육 정상화를 위해 정부와 의료계는 최대 쟁점인 내년도 의대 정원부터 절충·합의해야 한다.
그럼에도 의대 정원 동결이 학생들에게 먹혀들지는 미지수다. 현재 40개 의대에서 1학기 복학을 신청한 학생은 전체 휴학생(1만8343명)의 8.2%에 불과하다. 정부가 ‘0명 증원’으로 양보하더라도 복귀하지 않겠다는 학생들이 많다고 한다. 신입생들마저 선배들 눈치를 보느라 수업 참여를 고심하고 있다는 것 아닌가. 학생들이 복귀해도 수업 현장에 혼란이 우려되는 것도 사실이다. 교육부는 구체적인 의대 교육안을 작성해 학생들의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 그래야 휴학생들도 돌아올 것이다.
의·정 갈등의 최대 피해자는 국민이다. 정부는 비상의료체계를 가동해 의료 공백은 없었다고 하지만, 제대로 치료받지 못해 숨진 환자 수가 지난해 2~7월에만 3136명이었다. 내년도 의대 정원마저 매듭짓지 못하면, 환자들이 감내해야 할 고통을 생각하기 힘들다. 무엇보다 지금은 의대 정원을 조정할 의료인력 수급추계기구 법제화를 논의하는 엄중한 시기다. 의료계와 정부는 책임감을 갖고 내년도 의대 정원부터 정해야 한다. 학사일정을 고려하면 아무리 늦춰 잡아도 4월 말까지는 결정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