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 유명 강사인 전한길씨가 연일 정치 뉴스에 오르내린다. 그는 최근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하면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반대하는 목소리를 냈다. 전 강사는 유튜브와 집회 참석,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자기주장을 강하게 설파하고 있다. ‘보수 일타 강사’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교육업계에선 “교육자보다는 정치인 같다”는 말도 나온다. 전 강사가 쏘아 올린 공 때문일까. 다른 강사들도 저마다 소셜미디어에서 설전을 벌이거나 정치 집회에 참여하고 있다.
예전부터 교사나 강사가 자신의 정치적 견해를 드러내는 일은 항상 논란의 대상이 돼왔다. 다양한 관점에서 찬반양론이 팽팽하다. 교육자의 정치적 발언을 옹호하는 사람은 표현의 자유와 더불어 학생의 정치적 사고 향상, 정치적 무관심 해소를 근거로 든다. 반면 비판하는 사람은 판단력이 미성숙한 학생의 정치적 편향 심화, 교육 중립성 등을 이유로 교육자는 표면적으로라도 정치적 중립성을 표방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다른 한편으로 미성년자를 가르치는 공교육 교사가 아닌 성인을 가르치는 ‘사교육 강사’까지 정치적 견해를 드러내면 안 되느냐고 반문하는 이들도 있다.
여기서 나는 전 강사 주장의 옳고 그름 자체를 따지고 싶진 않다. 그의 주장이 정의로운지, 국민의 보편적 판단에 합당한지는 국민 각자 판단에 맡겨야 할 문제다. 다만, 교육 중립성과 학생의 정치적 사고 함양 사이에서 균형을 찾는 것이 참 어려운데 그 방법에 관해서는 한번 생각해보고 싶다.
나는 그가 정치적 집회에 나가 자기 생각을 직설적으로 열변을 토하는 방식이 진정으로 아쉽다. 교사나 강사는 자신의 정치적 견해를 밝히더라도 일단 학생에게 다양한 관점을 제시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학생 스스로 판단할 수 있도록 재료를 깔아주는 것, 그리고 자신의 생각을 주입하지 않는 것. 그것이 교육자의 역할이라고 본다. 그가 사회적으로 극명하게 대립하는 정치적 사안에 관해 어느 한편에 서기보다 차라리 논란이 된 문제의 주장과 근거를 열거하고 젊은이들에게 스스로 판단할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더 낫지 않았을까. 특히 전 강사의 수업을 듣는 공시생은 대부분 20~30대다. 그가 충분히 객관적인 정보만 제공했어도 스스로 사고하고 각자의 결론을 내릴 수 있었을 것이다.
물론 일타 강사도 한 사람의 시민으로서 정치적 의사를 표현할 자유가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서 일타 강사의 영향력을 간과할 수 없다. 공교육보다 사교육 파급력이 막대한 시대다. 전 강사만 해도 누적 수강생 수가 100만명에 이른다. 일타 강사는 수강생을 중심으로 일종의 팬덤을 형성하고 있다. 일타 강사의 말은 아이돌이나 유명 정치인 못지않은, 어쩌면 더 큰 위력을 갖고 있다.
오히려 이런 점 때문에 그가 목소리를 낸 걸 수도 있겠다. 전 강사가 본인의 이익을 위해 그랬을 리는 없다고 믿는다. 그의 말처럼 그를 움직인 건 오로지 ‘미래세대와 자유민주주의’를 위한 신념이겠지만, 결과적으로 그의 생각이 온전하게 모든 제자에게 닿지는 못한 듯하다. 전 강사의 행보를 응원하는 제자도 있지만 반면에 대다수의 실망스럽다는 의견도 있다. 그도 그럴 것이, 그가 운영하는 유튜브와 인터넷 카페는 수험 정보 대신 정치 글이 도배되고 있다. 얼핏 봐도 수험생은 뒷전인 모양새다.
비록 사교육이라 할지라도 수험생을 가르치는 이상 스승 역할을 하고 있다. 전 강사는 지식을 전달하고 가르치기 때문에 학생은 자연스럽게 그의 발언을 큰 의미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그가 정치적 견해를 말할 때 조금 더 신중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과 안타까움이 남는다. 이는 전 강사 반대편의 강사에게도 해당하는 말이다.
예전에 전 강사를 만난 적이 있다. 수줍은 시골 청년 같은 순수한 모습이 기억에 남는다. 무엇이 그를 정치적 집회의 연단에 서게 했을까. 혼란스러운 정치 상황이 아쉬울 뿐이다. 다시 모두에게 존경받는 전한길 ‘선생’을 기다려본다.

이만기 유웨이 교육평가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