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전경. 권도현 기자
감사원의 중앙선관위 직무감찰이 위헌이라고 헌법재판소가 27일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결정했다. 대통령은 선거에 이해관계가 있는 정당인이고, 감사원은 대통령 소속 기관이어서 대통령이 감사원을 통해 선관위의 선거관리 업무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감사원 직무감찰이 이럴진대 대통령 윤석열이 12·3 비상계엄 때 계엄군을 선관위에 투입시킨 행위의 위헌성은 더 말할 나위도 없다.
이번 사건은 중앙선관위가 전현직 고위직 자녀 특혜채용 의혹에 대한 감사원 감사에 반발해 제기했다. 헌재는 ‘선관위는 독립적 헌법기관’이라고 전제했다. “독립적·중립적 선거관리라는 헌법적 과제를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외부 권력기관, 특히 대통령을 수반으로 하는 정부의 영향력을 제도적으로 차단할 필요가 있고, 이를 위해서는 선거관리사무를 행정부가 아닌 독립된 헌법기관에 맡겨야 한다는 헌법적 결단이 헌법체계에 반영된 결과”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대통령 소속 기관인 감사원이 선관위에 대해 직무감찰을 할 수 있게 된다면 선거관리의 공정성과 중립성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훼손될 위험도 있다”고 했다. 윤석열 입맛에 맞는 ‘코드감사’ ‘표적감사’로 날을 새운 감사원 행태를 떠올리면 헌재의 이런 지적을 특히 수긍할 수밖에 없다.
선관위가 부패의 성역일 수는 없다. 감사원이 이날 발표한 선관위 감사 결과를 보면, 경력경쟁채용 관련 규정 위반만 총 878건이다. 그러나 이런 비리를 적발해 단죄하는 건 국회 국정조사·국정감사, 검경 수사, 탄핵제도 등을 통해 선관위 독립성·중립성을 훼손하지 않는 방식으로 이뤄져야 한다. 무엇보다, 독립된 헌법기관 위상에 걸맞게 선관위 자체 감시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해야 한다.
선관위의 독립성을 강조한 헌재 결정은 윤석열 탄핵심판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비상계엄 때 윤석열은 부정선거 증거를 찾으라며 계엄군을 중앙선관위에 난입시켰다. 계엄군은 서버를 반출하고 직원 30여명을 체포하려 했다. 직원 체포·호송용 야구방망이·케이블타이·안대·복면·밧줄까지 준비했다. 선관위 독립성을 아예 말살하려 한 것이다. 그래놓고 윤석열은 탄핵심판 최후진술에서 “전산 시스템 스크린 차원에서 소규모 병력을 보낸 것”이라고 했다. 헌재의 이날 결정 취지에 비춰보면, 윤석열의 어이없는 궤변조차 비상계엄 위헌성을 넉넉히 입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