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은혁 후보자를 헌법재판관에 임명하지 않은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행위가 국회 권한 침해라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27일 나왔다. 최 대행이 헌법을 정면으로 위반했다는 의미다. 그런데도 최 대행은 사과 한마디 없고, 마 후보자 임명도 하지 않았다. 국회 몫 헌법재판관을 인정하지 않은 것만도 삼권분립을 뒤흔드는 국헌 문란 사안인데, 이를 바로잡으라는 헌재 결정까지 무시하는 최 대행 행태에 우려와 분노를 금할 수 없다.
헌재는 이날 우원식 국회의장이 “(마 후보자 미임명은) 헌재 구성권을 침해한 것”이라며 최 대행 상대로 청구한 권한쟁의심판에서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우 의장 손을 들어줬다. 헌재는 최 대행이 헌법재판관 공백을 해소해 심판이 원활히 진행되도록 할 헌법상 의무를 지닌다고 봤다. 진보·보수 성향을 떠나 재판관 8인 전원일치 의견이었다.
최 대행은 지난해 12월31일 국회가 선출한 헌법재판관 후보자 3명 중 2명(정계선·조한창)만 선별해 임명했다. 마 후보자에 대해서는 여야 합의가 확인되지 않았다는 얼토당토않은 핑계를 대며 임명을 거부했다. 현직 대통령도 할 수 없는 재판관 임명 거부를 권한대행이 자행한 것이다. 정치적 중립을 지키는 척하면서 사실상 탄핵심판이 재판관 9인 완전체로 진행되는 걸 방해했다. 헌재의 이날 결정은 마 재판관 임명 건 외에도 국회가 통과시킨 ‘내란 특검법’과 ‘김건희 특검법’ 등에 무차별적으로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한 최 대행의 입법부 무시 행태에 경고를 보낸 의미도 크다.
그러나 최 대행은 “법적 판단뿐 아니라 정무적 판단도 같이 내려져야 할 문제”라며 이날도 마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았다. 국회가 선출한 재판관은 여야 합의 운운하며 정무적 판단을 하지 말고 바로 임명하라는 게 헌재 결정인데, 도대체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인가. 헌재는 우 의장이 본회의를 거치지 않고 심판을 청구한 것도 절차상 문제가 없다고 한 터다.
윤석열의 헌정 유린으로 외교·안보는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렵고, 경제와 민생은 끝없이 추락하고 있다. 최 대행의 책무는 국정 혼란을 최소화하고 내란 사태를 조기 수습하는 것이다. 이날 국회에서는 명태균 특검법이 가결됐다. 윤석열 부부 공천개입과 여당 대선 주자·지도부가 명씨 황금폰에 등장한 국민적 의혹 사건에 또다시 ‘여야 합의가 없다’고 방어막을 쳐줄 텐가. 최 대행은 내란 수괴와 그 동조 세력을 비호하지 말고 직접 공언한 대로 국민 편에 서기 바란다. 최 대행은 마 재판관을 즉각 임명하고, 명태균 특검법도 수용해야 한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이 27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대외경제현안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