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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씨 속에 마음이 봉인되어 있음을 느끼는 것

입력 2025.02.27 20:57

수정 2025.02.27 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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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의 문장]글씨 속에 마음이 봉인되어 있음을 느끼는 것
“흰색과 검은색, 직선과 곡선의 경계와 어우러짐이 만들어내는 신비한 우주, 언젠가 인류가 멸망해 버려도 모래 속에 파묻힌 종잇조각이나 돌조각을 발굴한 외계생명체는 그 글씨 속에 모든 동식물이, 예전에 존재했던 풍경들이, 그리고 사람들의 마음이 봉인되어 있음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먹물의 흐름은 시간을 초월하여 검고 선명하고 생생하게 피어올라 공간을 가득 메우며 외계생명체 앞에서 다시금 만물에 대해 노래하기 시작할 것이다.” <먹의 흔들림>(하빌리스)

미우라 시온의 전작 <배를 엮다>는 출판사의 비인기 부서 사전편집부에서 24만개 단어가 실릴 사전 ‘대도해’ 편찬을 준비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그들은 “사전은 말의 바다를 건너는 배”라고 믿는다. 조금이라도 더 적확한 말로 자신의 마음을 상대에게 전하려고 애쓰는 것이 소통이기에 사전은 필수 도구다. <먹의 흔들림>은 ‘편지 대필’에 나선 서예가 도다와 호텔리어 쓰즈키의 이야기다. 굳이 편지로 마음을 전하려는 의뢰인과 그 마음을 글로 만들어 내는 대필사들의 이야기는 사전편집부 만큼이나 예스럽다. 하지만 어떤 마음은 너무 급하게 전하다 보면 안에 있던 것들이 흐트러져 제 모양을 유지할 수 없다. 책은 때때로 먹을 갈아 붓을 누르는 시간이 필요한 순간도 있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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