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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준호 감독의 영화 제목 읽는 재미

[이갑수의 일생의 일상]봉준호 감독의 영화 제목 읽는 재미

예측불가. 그 자체로 하나의 장르인 봉준호 감독의 작품들. <살인의 추억> <괴물> <옥자>에 이은 <기생충>이 가족의 갈등을 다뤘다는 몇 줄의 예고가 흘러나왔을 때, 그레고르 잠자가 어느 날 갑충으로 변한다는 <변신>을 쉽게 떠올렸다. 그러나 제 역할을 못해 가족에게마저 버림받는 밥버러지에 관한 게 아니었다. 나의 안일한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카프카의 소설과는 전혀 다른 지점이었다. 식충이로 변신한 식구들 사이의 관계가 아니라, 서로 다른 세 가족 간의 대립을 통해 사회 계층 문제를 다룬 영화였다.

개봉박두. 봉 감독의 신작이 6년 만에 한파도 뚫을 기세다. 먼저 공개된 영화 제목은 <미키 17>. 여기서 ‘미키’는 위험한 일에 투입되는 소모품으로 근미래를 살아가는 복제인간의 이름이고, ‘17’은 그 주인공이 문서를 복사하듯 생명을 프린트하는 횟수를 말한다.

무소불위. 냉정히 관찰하면 죽음과 태어남을 되풀이하는 이런 운명이 어디 미키만을 칭칭 감고 있을까. 해탈, 다시 말해 사람의 탈을 벗어나지 못하는 한 사생(死生)을 거듭해야 하는 우리도 이와 비슷한 처지 아닌가. 이 납작한 공간 어디에서 그런 윤회가 가능하다고? 그렇지만 보이지 않는다고 없다고 치부할 건 또한 아니다. 물리학자들의 실험과 통찰에 따르면 빛은 물론 공간도 휘어진다. 바깥도 없이 팽창하는 우주도 하나가 아니라 무한히 중첩된 다중우주. 이런 광활한 무대에서 소용돌이치는 목숨이 일회용일 뿐이라고 누가 단정할 수 있으랴.

요람에서 무덤까지. 사람의 행위는 시공간의 표면에 고작 한순간만 드러난다. 우주를 떠도는 먼지들의 집적이 몸이라면 시간이 세포처럼 연결되어 중첩되는 게 나날의 일상이다. 하루만 지나도 오늘은 과거가 되어 기억을 주름지게 하는 검은 별, 블랙홀에 편입된다. 그게 아쉬워 일기를 쓰고, 사진을 찍고, 책을 만든다. 또한 캄캄한 극장에서 빛으로 조립되는 스크린 앞에서 자신의 좌표를 더듬기도 한다. 이러니 빛이 있는 한 무궁한 상상력의 영화는 끊임없이 상영될 것이다. 시대의 급소를 찌르는 봉준호의 영화에 전 세계는 언제나 정확하게 반응하였다. <미키 17>은 또 무슨 기록을 이어갈까. 제목만으로 이럴진대 본편의 궁금함이 지금 내 안의 먼지들을 들썩거리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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