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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읽기]극우 세력에 짓밟힌 ‘깨진 민주주의’ 찾아오기

좌파와 우파가 아닌 극우 세력이 언론 지면을 장식하고 있다. 해방 이후 특정 보수우익 정당이나 종교단체가 아닌 불특정 집단의 움직임에 충격을 받은 시민들이 적지 않다. 독일 나치즘이나 이탈리아 파시즘 추종 세력들과 흡사한 한국 사회 극우 세력의 등장일지도 모르겠다. 자유당 시절에나 존재했던 ‘반공청년단’을 지칭한 집단이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한 것은 그 전조였다. 며칠 후 서울서부지법 점거와 폭력 사태의 반동적 행태가 벌어졌다. 급기야 ‘캡틴 아메리카’ 복장의 극우 유튜버가 국가인권위원회 엘리베이터까지 점거했다.

독일의 정치사회·철학자 해나 아렌트가 언급한 인간의 판단과 사유 능력의 부재에서 비롯된 ‘악의 평범성’을 보는 듯하다. 다수의 성난 개인, 즉 폭민(mob)의 씁쓸함으로 치부하긴 어렵다. 사실 국회, 법원, 인권위는 대의민주주의와 헌정질서 그리고 인권의 공간이다. 이곳은 벼랑 끝에 내몰린 노동자, 장애인, 이주노동자와 같은 사회적 약자들이 찾았던 곳이다. 지배권력이나 자본의 억압과 착취에 그나마 하소연할 수 있는 최후 보루였다. 그런데 군사독재 정권 시절 국가폭력이 난무하는 시기에나 가능한 행태들이 자행되었다.

이 때문에 이제는 소위 ‘87년 민주주의 체제’의 불확실성을 재구조화할 시점이다. 인권, 평등, 정의, 복지, 기후와 같은 보편적 가치는 자본주의 경제와 안보에 묻히고 있다. 지난 몇년 동안 불평등보다는 공정이, 절차와 과정보다는 결과가 우선시되는 사회를 겪은 바 있다. 지역과 세대 및 젠더 갈등은 사실 정치권이 갈등을 더 부각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그래서일까. 최근 여야 정치권에서도 ‘민생’을 앞세운다. 금투세, 소득세, 상속세 논쟁이 대표적이다. 우리는 지난 2월23일 독일 총선에서 드러난 진보와 보수 정당의 공약 속에서 여러 시사점을 찾아야 한다.

독일 연방의회 선거는 정치의 극단화였다. 극우와 극좌 정당이 정치적 추진력을 얻었고 사민당(SPD)은 참패했다. 28.6%의 중도우파 정당(CDU/CSU) 다음으로 극우 독일대안당(AfD)이 20.8%로 2위를 차지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독일 극우 정당이 거둔 가장 높은 득표율이다. 사민당은 16.4%로 1887년 이래 가장 낮은 득표를 했다. 그나마 위안은 11.6%를 얻은 녹색당(Grune)의 선전이다. 기후와 에너지 문제부터 우클릭하지 않고 독자적 의제를 꾸준히 제기한 성과다. 아마도 단편적이지만 친숙한 신호등 연합이 구성될 터이고, 진보 정당의 목소리가 묻히지 않을 것이다.

우선 ‘민주주의 증진법’이나 ‘차별금지법’ 강화가 눈에 들어온다. 공공장소를 혐오로부터 보호하고,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더 많은 시민참여가 제시되었다. 디지털 폭력 방지법이나 허위 정보에 맞서 싸우기 위한 미디어 기술 개발 그리고 극우 세력의 자금출처 공개와 감시 강화 공약은 눈여겨볼 만하다. 특히 사민당이나 녹색당이 제시한 최저임금 인상과 노동시간 단축부터 성별 임금격차 해소 및 공동결정제도는 크게 후퇴하지 않을 것이다. 극우와 연대하지 않고 역사적으로 제도화된 사회적 유산을 깨트리지 않으려는 시민의 목소리가 강하기 때문이다.

독일 또한 시장주의적 질서와 정치적 우클릭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 선거기간 동안 소득세, 재산세, 상속세, 법인세, 금융거래세 등 진보 정당의 목소리는 외면받았다. 분배정의 실현을 위한 ‘억만장자 세금’인 부유세 도입과 대기업 자산의 ‘특권적 대우 폐지’인 상속세는 지지받지 못했다. 오히려 선거 국면마다 극우와 보수 정당은 ‘경제’와 ‘안보’, ‘난민·이민’ 캠페인에 집중했다. 지난 몇개월 우리도 12·3 계엄과 내란 세력이 극우와 연합한 풍경을 접하고 있다. 탄핵 이후 노동자, 시민이 주체가 되어 낡은 정치를 떨치고 새로운 정치를 만들어야 한다. 국회와 함께 노사정 주체들이 시민의회를 운영하면 어떨까 한다.

김종진 일하는시민연구소 소장

김종진 일하는시민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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