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가 28일 한국교육방송공사(EBS) 사장 선임 계획을 의결했다. 방통위는 5인 합의체 기관임에도 현재 이진숙 위원장과 김태규 부위원장 2명만 활동하는 비정상적 상태다. 방통위는 이날 KBS 감사에 정지환씨를 임명했다. 언론노조 등에 따르면 KBS 보도국장 출신인 정씨는 박근혜 국정농단 당시 최순실씨 관련 보도를 가로막고, KBS 내부 갈등을 심화시켜 ‘직장 내 질서 문란’ 등의 이유로 중징계를 받았다. 대통령 윤석열의 탄핵 정국이자 ‘대행 정부’에서 EBS 사장 선임을 추진하고 공영방송 감사를 임명한 것은 누가 봐도 ‘알박기 인사’로 보일 뿐이다.
방통위 2인 체제가 밀어붙인 인사의 위법성은 법원 판결에서 이미 여러 차례 확인됐다. 국회는 전날 방통위 의사정족수를 3인 이상으로 규정한 방통위설치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위원 3인 이상이 출석하고 과반수가 찬성해야 의결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이 와중에 2인 체제 방통위가 인사를 서두른 것은 자신의 입맛에 맞는 사람을 앉혀 공영방송을 장악하겠다는 의도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앞서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은 서울경찰청장 직무대리에 박현수 행정안전부 경찰국장을 앉혔다. 박 직무대리는 12·3 비상계엄 당시 조지호 경찰청장(구속 기소),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등과 통화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내란 관여 혐의로 수사받아야 할 이에게, 탄핵 정국에 수도 서울의 집회와 시위 등 치안 전반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겼으니 참으로 어이가 없다.
이뿐이 아니다. 인천국제공항공사 자회사인 인천공항에너지 상임이사엔 대통령실 행정관이 ‘낙하산’으로 내려오고, 인천공항 보안검색과 경비보안을 책임지는 인천국제공항보안 사장엔 대통령실 경호처 출신이 임명될 거라는 소문이 돌고 있다. 임기가 끝났거나 조만간 끝나는 한국마사회, 한국농어촌공사, 농림수산식품교육문화정보원, 한국수산자원공단, 한국해양수산연수원, 여수광양항만공사 등 농수산업 분야 기관장에도 여권 인사가 낙점을 받았다는 소문이 무성하다.
최 대행과 정부는 인사에 신중해야 한다. 반드시 임명해야 하는 자리라면 국회와 협의해야 한다.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탄핵 결정과 조기 대선 가능성도 높아진 시점에, 대행체제 정부는 공공기관·공기업 수뇌부에 보은성·코드·낙하산 인사를 남발하지 말아야 한다. 정작 최 대행이 최우선으로 할 일은 국회가 선출한 마은혁 후보자를 헌법재판관에 임명하는 것이다. 이 위원장도 방송의 정치적 독립성을 훼손하고 공영방송의 공공성을 저해하는 인사 전횡를 중단해야 한다.
이진숙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 28일 정부과천청사 방통위에서 열린 4차 위원회 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연합뉴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이 28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스콧 베센트 신임 미국 재무장관과 화상면담을 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