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명성황후> 30주년 기념공연. 에이콤 제공
뮤지컬 <명성황후>가 올해 30돌을 맞았다. 특히 명성황후 역을 맡은 배우 신영숙(49)은 <명성황후>와 함께 자랐다. 그는 1999년 공연 때 조연 손탁 겸 앙상블 역으로 데뷔한 뒤 ‘캣츠’ ‘레베카’, ‘팬텀’ 등에 출연하며 존재감을 키웠다. 신영숙은 데뷔 16년 만인 2015년 ‘명성황후’에서 주인공역을 맞았다. 그는 “10년 전 명성황후 역으로 무대에 올라 꽉 찬 객석을 바라보며 만감이 교차했던 순간이 아직 생생하다”고 말했다. 신영숙은 20주년·25주년 기념 공연에서도 명성황후 역을 맡았다.
신영숙은 지난달 27일 서울 종로구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번이 저의 마지막 명성황후”라며 “다 쏟아부어서 공연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명성황후>가 오랜 세월 사랑받은 것을 “기적 같은 일”이라며 “30주년을 마지막으로 (모든 것을) 불사르겠다는 마음으로 (출연을) 결심을 했다”고 밝혔다. 특히 오는 6일은 그가 <명성황후> 무대에 100번째 오르는 날이다.
신영숙은 “이번 공연이 제일 완성도 높은 명성황후”라며 “제 최선의 명성황후를 보여줄 수 있는 시기”라고 말했다. 자신감의 근거는 ‘피와 땀’에 있었다. 그는 “이 작품은 에너지를 다 쏟고 집에 가는 것 같다”며 “극이 끝나고 나면 탈진 상태처럼 힘들다”고 했다. 그는 자신의 배역이 감정 소모가 큰 역할이라며 “순간적으로 몰입해야 하는 장면이 굉장히 많다”고 설명했다.
그는 후배 배우들의 노력도 치켜세웠다. 그는 무과 시험신(scene)을 “너무나 힘차고 아름답고 한국적”이라며 명장면으로 꼽았는데, 이를 연기하는 배우들이 “욕이 튀어나올 정도로 연습한다”고 말했다.
뮤지컬 <명성황후>에서 명성황후 역을 맡은 배우 신영숙. 에이콤 제공
<명성황후>는 조선시대라는 극의 시대적 배경을 비롯해 첫 공연 후 30년의 세월이 흐른 점을 감안하면 수동적인 여성상이 담길 수밖에 없다. 하지만 신영숙은 명성황후 역을 연기할 때 강인함에 방점을 찍었다. 그는 자신을 뒤이어 명성황후 역을 맡을 배우들에게도 “시대가 바뀌는 것에 부응해서 개성 있는 명성황후를 만들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신영숙은 명성황후에 대해 “굉장히 진취적인 여성”이라며 “옳은 결정이 아닐 때도 당연히 있었겠으나, 조선시대에 자기 소리를 냈다는 게 대단한 여걸”이라고 했다. 그는 ‘어렸을 때도 무조건 수동적인 것이 아니라 당찬 면모가 순간순간 드러날 수 있도록’ 연기했다고 밝혔다. 명성황후가 고종에게 친정 선포를 하라고 주장하는 장면 등에서도 좀 더 힘주어 연기했다고 설명했다.
신영숙은 1999년 손탁역으로 데뷔할 당시 회식 자리에서 윤호진 감독에게 “저는 나중에 명성황후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후 윤 감독이 명성황후 20주년을 맞아 “함께 해야지”라고 했고, 신영숙이 “손탁으로 특별출연을 하겠다”고 답했다고 한다. 그러자 윤 감독이 “무슨 소리야. 명성황후를 해달라는 얘기지”라고 했다고 한다. 신영숙은 그렇게 명성황후로 20주년과 25주년에 이어 30주년 무대에도 섰다. 그는 <명성황후>를 “제 삶을 관통하는 작품”이라고 했다.
그는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을 어떻게 채우나 걱정이 많았는데, 주말에 객석이 꽉 차는 것을 보면 ‘명성황후의 힘이 정말 대단하구나. 어디서 이렇게 많은 관객들이 오시나’ 생각이 든다”며 “참 감사하다”고 했다. 그는 명성황후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뮤지컬’로 기억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뮤지컬 <명성황후> 30주년 기념공연 중 ‘무과시험’. 에이콤 제공
신영숙은 <명성황후>의 롱런이 “기적 같은 일”이라면서 “현 시대에도 계속 어울릴 수 있게 도전하고 시도하고 만들어왔다”며 “시행착오를 겪으며 뺄 건 빼고 덧붙일 건 덧붙였다”고 했다. 그는 “30주년까지 이어질 수 있는 힘이 무엇인지 직접 한번 봐주셨으면 좋겠다”며 말했다.
그는 특히 이번 공연 때 눈물을 흘리는 관객이 많다고 전했다. 그는 “엄마(명성황후)와 자식(세자)간 사랑이 안타깝기도 하고 나라를 걱정하는 마음도 공감대가 크지 않겠나”라며 “<명성황후>는 아픔의 역사를 다루지만 재미도 있고, 공감도 느낄 수 있는 작품”이라고 했다.
<명성황후>는 일본군이 명성황후를 시해한 사건인 을미사변 등 조선 말기 혼란한 시대상을 담은 창작 뮤지컬이다. 이문열의 희곡 <여우사냥>을 원작으로 한다. 초연은 을미사변 100주기인 1995년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열렸다. 지난달 한국 창작 뮤지컬 사상 최초로 국내 누적 관객 200만명을 돌파했다. 이번 30주년 기념 공연은 지난 1월21일부터 오는 30일까지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진행된다. 명성황후 역은 김소현, 신영숙, 차지연이 맡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