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환 전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사무총장이 지난해 9월13일 인천 강화군 주민을 만나 대화를 나누고 있다. 김 전 총장 페이스북 갈무리
김세환 전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사무총장이 지난해 인천 강화군수 보궐선거 당시 국민의힘 후보 경선에 나섰던 것으로 2일 확인됐다. 김 전 총장은 2022년 대선을 앞두고 선관위 명의 별도 휴대전화(세컨드폰)를 개통해 여야 정치인들과 통화한 사실이 감사원 감사 결과 드러나 논란을 빚기도 했다. 정치적 중립이 생명인 선관위 최고위 간부가 의문의 폰으로 정치인들과 소통한 것도 부적절하지만, 퇴직 후 정치판까지 기웃거렸다니 개탄스럽다. 국민의힘은 김 전 총장의 세컨드폰이 부정선거 의혹을 방증하는 것인 양 호도하는데, 제 눈의 들보는 보지 못하는 것인가.
경향신문 보도에 따르면 김 전 총장은 지난해 8월 강화군수 보선 때 국민의힘 예비후보로 2차 경선까지 치렀다. 당시 선관위 내부에선 “현직에 있을 때 정치적 중립성을 의심받을 행보”라는 우려가 나왔다. 김 전 총장은 대선 사전투표 관리 부실로 사퇴하고, 자녀의 선관위 특혜채용 의혹으로 지난해 기소까지 됐던 인사다. 국민의힘은 이 두 사안을 쟁점화해 선관위 비판의 재료로 삼았다. 그런데도 김 전 총장은 국민의힘 공천을 신청했고, 국민의힘은 경선 기회까지 줬으니 상식 밖의 일이다. 김 전 총장이 국민의힘에 모종의 편의를 봐준 것은 아닌지 의심케 한다.
사정이 이런데도 국민의힘은 김 전 총장의 ‘세컨드폰’을 부정선거 음모론과 연결해 침소봉대하고 있다.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선관위 사무총장의 ‘차명폰 정치장사’가 새로 드러났다”며 대통령 윤석열 탄핵심판 재개와 증거조사를 주장했다. 김 전 총장이 세컨드폰으로 정치인 누구와 어떤 내용으로 통화했는지는 철저히 밝혀져야 한다. 하지만 선관위 일각의 개인 비리나 일탈을 조직 전체의 문제인 양 과장·왜곡해 내란 행위를 옹호하는 것은 난센스다. 국민의힘은 정치 공세를 하더라도 최소한 스스로를 되돌아봐야 한다. 김 전 총장의 행태를 보면 오히려 국민의힘과의 유착을 의심해야 할 지경 아닌가.
부정선거 음모론은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과정에서 실체 없는 가짜뉴스임이 재삼 확인됐다. 윤석열 측은 헌재 심리에서 캡틴 아메리카로 분장한 망상꾼의 가짜뉴스를 의혹의 증거인 양 주장했다가 망신을 자초했다. 부정선거 주장은 대의민주주의 근간인 선거제도에 불신을 조장해 국가를 분열시키는 망국적 행태다. 오죽하면 보수 원로들 사이에서 “국민에 푼 정신적 독극물”이라는 비판이 나오겠는가. 국민의힘은 더 늦기 전에 윤석열 세력의 부정선거 음모론과 선을 그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