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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우 정상의 ‘난투 외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지난달 28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미·우크라 정상회담에서 이야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지난달 28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미·우크라 정상회담에서 이야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니키타 흐루쇼프 구 소련 공산당 서기장(1894∼1971)에겐 전설적인 일화가 따라다닌다. 흐루쇼프는 1960년 10월12일 유엔총회에서 연설하다 구두를 벗어들고 연단을 두들기는 해프닝을 벌였다. 필리핀 대표가 소련 강제수용소를 비난하자 흥분해서 그랬다지만, 그의 행동은 무례한 소련 외교의 상징이 됐다. 하지만 훗날 ‘구두’ 사진이 조작된 것으로 판명났고, 신뢰할 만한 증언도 없다. 변하지 않는 건 흐루쇼프가 외교 무대에서 충분히 무례했다는 점이다.

지난달 28일(현지시간) 미국 백악관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정상회담도 최근 보기 드문 외교 무례의 사례였다. 영국 일간 더타임스가 “흐루쇼프의 연설과 비슷하다”고 평가할 정도였다. 주먹만 들지 않았을 뿐 난투에 가까운 두 정상의 설전으로 서명 절차만 남겨뒀던 ‘광물협정’이 무산되는 외교 참사가 빚어졌다.

분위기가 험악해진 것은 “종전을 위해서는 러시아와의 협상이 필요하다”는 트럼프에게 젤렌스키가 “살인자(푸틴)와의 타협은 불가하다”고 응수하면서다. 트럼프의 언성이 높아졌고, 배석한 J D 밴스 부통령은 미국에 감사하라며 면박을 주기까지 했다.

2022년 2월 러시아의 침공 이후 고수해온 젤렌스키의 ‘전투복장’도 화풀이 대상이 됐다. 트럼프가 젤렌스키의 옷차림을 비꼬았고, 한 미국 기자는 “왜 정장을 입지 않나? 정장이 있긴 한가?”라며 힐난하는 질문을 던졌다. 젤렌스키는 “전쟁이 끝나면, 정장을 갖춰 입겠다”고 했지만, 이런 굴욕이 없다.

액시오스에 따르면 트럼프 측은 회담 파국을 젤렌스키 탓으로 돌렸다. 당장 미국 지원 없이는 곤란한 우크라이나로선 피가 마를 수밖에 없다. 회담에 배석한 옥사나 마르카로바 주미 우크라이나 대사의 절망스러운 표정이 우크라이나의 심경을 드러냈다.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운 트럼프는 ‘국익 앞에선 변하지 않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외교 격언을 그대로 실천할 것이다. 약소국의 주장은 배제될 게 뻔하다. ‘노(No)’를 참지 못하는 트럼프 앞에 선 우크라이나의 위기가 남의 일로만 여겨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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