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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 갈등, 어디까지 망가질까 두렵다

꼬박 1년이 지났지만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았다. 출구가 있기는 한 걸까.

정부가 의대 정원을 5년간 연간 2000명씩 늘리겠다고 발표한 뒤 촉발된 의·정 갈등이 2년째 접어들고 있다. 사태를 수습하기 위한 여러 협의체가 공회전하는 동안 전공의 이탈로 인한 의료 공백은 어느새 일상이 되어 버렸다. 병원을 지키는 의료진의 희생, 병원을 찾아 헤매는 환자는 더 이상 화제가 되지도 못하는 실정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꼬인 실타래는 점점 더 엉키고 있다. 정부에 대한 신뢰가 없는 의료계는 정부의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이번만큼은 의사 수를 늘려놔야 한다는 정부도 물러서기엔 너무 멀리 와 버렸다. 지난해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국정 동력이 크게 떨어져 정부에 힘이 실리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사태의 변수는 점점 늘고 있다. 사직 전공의의 입영 연기를 둘러싼 논란, 의대 교육 및 내년도 의대 정원 변수 등 입시 문제까지 시간을 지체할수록 사태는 점점 복잡하게 꼬여 풀기 어려워지고 있다.

새로 등장한 변수에 주목하는 동안 의료 현장은 취약했던 곳부터 버틸 힘을 잃고 있다. 당초 정부가 의대 증원을 포함한 의료개혁을 추진한 것은 위기에 놓인 지역의료, 필수의료를 되살리기 위해서다. 그러나 의·정 갈등이 장기화하면서 가장 약한 고리인 지역, 필수 의료부터 무너지고 있다.

지역 의료기관의 경우 의료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365일 24시간 문을 열어야 할 응급실이 환자를 받지 못하고, 응급실 진료를 받더라도 배후진료를 봐줄 전문의도 부족하다. 속초의료원 응급실과 충남대병원 소아응급실 등이 이미 제한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대부분 의료기관이 의료진 부족에 시달리는데 수도권 대형병원들은 지방 전문의들을 끌어다 공백을 메우고 있다. 2023년 4분기와 지난해 4분기 상급종합병원 전문의 숫자를 비교해보면 경기도의 전문의는 1년간 14% 늘었지만, 충남과 전남은 각각 50%, 11% 가까이 전문의가 줄었다. 올해 전문의 자격시험 응시자가 급감하면서 올해 배출된 전문의는 지난해의 19% 수준, 500명에 그친다. 휴학한 의대생, 사직한 전공의들이 돌아오지 않는다면 전공의, 전문의로 이어지는 의사 배출 절벽이 상당 기간 이어질 수 있다는 뜻이다. 전공의들이 떠난 자리는 메워지지 않고, 지역 의사들은 이 기회에 수도권으로 향하고 있다. 한국의 의료체계 전반이 휘청이고 있다고 봐야 한다.

더는 지체할 시간이 없다. 사회적 피로도 극심하다. 어떻게든 꼬인 실타래를 풀어야 한다.

2026학년도 의대 신입생 정원을 확정해야 하는 시기인 지금이 마지막 기회라는 생각으로 의·정이 머리를 맞대야 한다. 여야는 적정한 의사 수를 심의하기 위한 ‘보건의료인력 수급추계위원회’(추계위) 설치 법안에 합의하면서, 내년 의대 모집 인원은 정부가 정한 범위 내에서 각 대학 총장이 오는 4월30일까지 조정할 수 있도록 부칙을 달아 대학 자율을 열어 뒀다. 보건복지부는 부인하고 있지만 교육부는 증원 이전 정원인 3058명으로 동결 가능성까지 내비치고 있다.

내년도 의대 정원은 의료계 요구를 수용해 의대생들이 복귀할 명분을 만들고, 돌아온 의대생들이 제대로 된 의학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환경을 갖추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적정 의사 수는 앞으로 추계위를 통해 도출하는 시스템을 마련하면 된다.

지난해보다 1509명 늘어난 4567명의 의대 신입생이 새 학기 개강을 앞두고 있다. 엄청난 사회적 비용을 치르고 1509명의 예비 의사가 늘어난 셈이다. 하지만 각 의대의 상황을 들어보면, 늘어난 정원으로 입학한 의대 신입생들은 수강 신청도 하기 전에 선배들을 따라 증원 반대편에 서도록 강요받는 난감한 상황에 놓였다고 한다.

의대 증원을 관철하는 것 못지않게 늘어난 의대생들이 양질의 교육을 받아 현장에 나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들을 좋은 의사로 양성하는 것이야말로 의대 증원의 가장 중요한 목표가 아니었을까.

이번 의·정 갈등이 환자들의 고통과 희생을 초래했지만 필요했던 일로 미래에 기록되길 바란다.

한국의 의료 시스템에 회복 불가한 충격을 가한 실책으로 남지 않기를 바란다.

더 이상 기다리기에는 의료 현장이 너무 무력해지고 있다.

이윤주 정책사회부장

이윤주 정책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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