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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도장

[詩想과 세상]목도장
서랍의 거미줄 아래
아버지의 목도장
이름 세 글자
인주를 찾아서 한번 종이에 찍어보니
문턱처럼 닳아진 성과 이름

이 도장으로 무엇을 하셨나
눈앞으로 뜨거운 것이 지나간다
이 흐린 나라를 하나 물려주는 일에 이름이 다 닳았으니
국경이 헐거워 자꾸만 넓어지는 이 나라를
나는 저녁 어스름이라고나 불러야 할까보다

어스름 귀퉁이에 아버지 흐린 이름을 붉게 찍어놓으니
제법 그럴싸한 표구가 되었으나
그림은 비어 있네

장석남(1965~)


오늘도 세상 어딘가에서는 무수한 이름들이 태어난다. 우리의 존재를 규정하고 증명하기도 하는 이름들은 목도장의 음각 속에서 고요히 운명이라는 단어를 품고 있다. 이 순간에도 누군가는 공문서나 계약서에 도장을 찍으며 가늘게 떨고 있을 것이다. 도장을 찍는다는 것은 곧 책임을 진다는 것. 어느 날, 시인은 오래된 서랍 안에서 “아버지의 목도장”을 발견한다. 거미줄에 감긴 채, 가만히 숨을 쉬듯 누워 있는 아버지의 이름을 흰 종이에 찍어본다. “문턱처럼 닳아진 성과 이름”, 아버지가 살아온 내력이 순식간에 흘러간다. 아버지는 “이 흐린 나라를 하나 물려주는 일”로 자신을 부수며 간신히 살아왔구나. 시인은 아버지에게서 유산으로 받은 이 “흐린 나라”를 “저녁 어스름”이라고 불러본다. 저녁 한쪽 모퉁이에다가 아버지의 이름을 찍으니 액자가 된다. 그러나 “그림은 비어” 있다. 그런 저녁, 자신의 이름을 가만히 포개본다. 모든 존재 사이에서 소멸했지만, 여전히 빛나고 있는 이름들을 생각한다. 아직 그림은 비어 있지만 채우지 않아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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