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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세상]부정선거 음모론을 믿는 이유

조 바이든이 승리했던 2020년 미국 대통령 선거 후 공화당 지지자 상당수가 선거 사기를 의심하고, 진짜 승자는 도널드 트럼프라고 믿었다. 투표 기계의 표 바꿔치기나 트럼프를 찍은 투표용지 대량 파기 등으로 선거를 도둑맞았다는 것이다. 사기 증거는 발견된 바 없으며 각종 문제 제기는 법원에서 모두 기각됐지만 잘못된 믿음은 사라지지 않았다.

같은 유형의 음모론은 이제 한국으로 건너와 변주되고 있다.

음모론은 승리 확신과 패배의 좌절이라는 심리적 불일치를 해결해준다. ‘인지 균형 이론’이 설명하는 바다. 지식이 많다고 해서 이런 기제에서 벗어나 합리적 판단이 가능한 것도 아니다. 미국 코넬대 고든 페니쿡 교수의 조사 결과, 트럼프 지지자들은 정치 지식이 많을수록 도리어 헛된 믿음을 지니고 있었다. 음모론 신봉자들은 주류 언론을 불신하며 주로 소셜미디어나 유튜브를 통해 정치 지식을 얻는다. 음모론이 고독을 달래주기도 하는 모양이다. 노르웨이에서 연구한 바로, 외로움을 많이 겪을수록 음모론을 더 믿게 된다. 음모론 신봉자는 정부 기관과 사법부도 믿지 않는다. 미국의 정책 싱크탱크 애스펀연구소는 이것을 ‘진실과 신뢰의 위기’라고 이름 지었다.

윤석열 대통령은 물론, 그의 변호인들, 그의 정당, 일부 수구 개신교 집단, 정권이 지속해야 뭐라도 하나 더 얻을 것 같은 지도층 인물 등이 음모론을 이용한다. 게임에 졌어도 권력 이양을 거부하는 반민주적 이기심이다. 이들은 애국심, 신앙심, 당파성 등 집단적 가치를 내세우며 ‘종북 세력’과의 전쟁 프레임으로 지지자를 동원한다. 개인 차원의 인지 불균형을 집단 차원으로 끌어내 분노로 표출되게 하는 선동 방식이다. 이들은 국가 및 언론 등 사회기구들이 기득권 체제 안에 있다고 손가락질하며 신뢰를 떨어뜨리고, 그만큼 자신들의 정당성을 과시한다. 이 기구들이 진실을 말할수록 집단정체성을 체화한 신자들은 도리어 그것을 거짓의 증거로 받아들이며 분노하고 심지어 폭력에까지 이르게 된다.

음모론은 저비용 고효율 수단이다. 이번 헌법 재판정에서도 대통령과 그의 변호인들은 법리 논증보다는 중국 개입설 등 논거 없는 주장에 치중했다. 언론이 사안의 다면적 측면을 다루기보다 자극적인 거짓 발언을 따옴표로 옮기는 것과 마찬가지로 쉬운 방법이다. 원고 준비도 없이 강단에 올라 ‘종북’ ‘사탄’ ‘동성애’ 등 ‘신앙의 적들’을 거론하며 편견과 차별의식에 호소하는 일부 개신교 목사의 설교가 고효율인 것과 마찬가지다. 미국 공공종교연구소의 조사로는, 백인 복음주의 개신교 신자의 약 3분의 2가 부정선거론을 믿는다. 미 매사추세츠공대(MIT) 연구진의 사이언스지 게재 논문을 보면, 허위 사실이 진실보다 ‘트위터’(현 엑스)에 공유될 가능성이 70% 이상 높고, 진실은 1500명에 도달하는 데 거짓보다 약 6배 더 오래 걸린다. 음모론은 ‘카톡방’ ‘텔레그램방’ 등 온라인 커뮤니티라는 신념 확인, 강화, 공명, 확장의 공간에서 퍼지므로 주류 언론의 ‘팩트 체크’로는 속수무책이다.

양극화하는 정치 현실에서, 그리고 시선 끌기 언론 경쟁 현실에서 해결은 쉽지 않다. 당대 정권이 ‘가짜뉴스’를 잡겠다며 나서는 것은 부작용만 낳는 것을 우리는 그간 잘 보았다. 관련 연구를 보면, 공영방송이 잘돼 있는 나라일수록 사회적 신뢰가 높고 음모론이 자리 잡기 힘들다. 신뢰받는 보도로 중심을 잡아주기 때문이다. 공영방송 정상화가 시급한 이유다. 장기적으로, 미디어 교육 및 분석적 사고 공교육 체계를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 분석적 사고 능력은 음모론의 유혹에 강하다는 게 그간의 연구 결과다. 각 사회 주체가 참여하는 조합주의 방식으로 사회적 신뢰와 소통 문제 해결 방안을 도출하는 것도 필요할 것 같다. 이를 공약으로 내세우는 차기 대선 후보자가 있길 바란다.

강형철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교수

강형철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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