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 남쪽 잔디밭을 가로질러 걷고 있다.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일(현지시간) 가상자산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비트코인(BTC)·이더리움(ETH)·엑스알피(XRP·옛 리플)·솔라나(SOL)·카르다노(ADA)를 포함하는 ‘전략적 가상자산 준비금’을 조성한다고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서 “미국이 세계의 가상자산 수도가 되도록 할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가상자산의 전략 비축은 유사시에 대비해 주요 에너지원인 석유를 비축하는 것처럼 미국 정부가 범죄자들로부터 압수한 비트코인을 매각하지 않고 계속 보유하거나, 정부 예산으로 새롭게 구매해서 일정 수준을 유지하는 것을 의미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SNS에서 “미국의 비축이 바이든 행정부의 수년간 걸친 부패한 공격 이후 위기에 빠진 가상자산 산업을 상승시킬 것”이라며 “내가 디지털 자산에 관한 행정명령을 통해 실무 그룹에 가상자산 전략 비축을 추진하도록 지시한 이유”라고 했다.
그는 가상자산 전략 비축에는 “XRP, SOL, ADA가 포함될 것”이라고 글을 올린 후 또 다른 글에서 “BTC와 ETH가 다른 가치 있는 가상자산들처럼 비축의 중심에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트럼프가 언급한 가상통화는 일제히 급등했다. 발표 직후 BTC와 ETH는 각각 9%, 11%씩 상승해 지난달 8만4000달러(약 1억200만원)대까지 떨어졌던 BTC는 9만3000달러(약 1억4000만원) 선까지 치솟았다. XRP는 33%, SOL은 22% 상승했고 ADA는 60% 이상 폭등했다가 상승 폭이 소폭 줄었다.
제임스 버터필 코인셰어스 연구원은 로이터통신 인터뷰에서 비트코인 외 다른 가상통화가 비축 대상에 포함된 것을 두고 “이들 가상통화는 테크 투자에 가깝다”며 “이번 발표는 이들 자산의 펀더멘탈을 고려하기보다는 가상통화 기술 분야에 대한 국익 중심의 접근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정부 출범 후 대통령과 백악관 보좌진 등 측근들의 행보가 전 세계 가상자산 시장을 출렁이게 하는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 직후 사상 최고치까지 치솟았던 비트코인 가격은 이후 급락세를 이어왔다. 미국이 세계 각국에 예고한 ‘관세 인상’의 영향으로 인플레이션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이어지는 고금리에 코인 시장 자금 조달이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커졌기 때문이다.
데이비드 삭스 백악관 가상통화 정책 책임자(일명 크립토 차르)가 ‘가상통화 전략자산 비축’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시장이 급락하기도 했다. 오는 7일 예정된 가상자산 관련 백악관 회의 일정도 향후 시장 동향의 변수로 예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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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월23일 ‘가상통화 실무그룹’을 신설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국가 차원의 디지털 자산 비축을 검토하는 내용도 포함됐지만, 비축 대상을 구체적으로 지목하지는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1기 때 가상통화를 ‘범죄로 가득 찬 사기’라고 비판했지만, 재선에 도전한 후 태도를 바꿨다. 지난해 7월 대선 선거운동 당시 내슈빌에서 열린 ‘비트코인 2024 컨퍼런스’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가상자산 비축 구상을 처음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