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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리 교육부를 AI로 대체하자

오늘부터 2025년의 새 학기가 시작된다. 학생과 교사, 학부모 모두가 조금 들뜨고 걱정스러운 마음으로 시작하는 첫날이다. 우리 집 청소년도 1년을 함께 보낼 담임과 친구들이 누구일까 궁금해하며 집을 나섰다. 학부모 입장에서는 큰 사고 없이 한 해가 잘 지나가길 바랄 뿐이다.

그런데 첫날부터 이미 혼란이 예고되었다. 이름만 들어서는 무슨 내용인지 알기 힘든 ‘인공지능(AI) 디지털교과서’가 바로 그 혼란의 주제이다.

2023년 6월에 교육부는 AI 디지털교과서 추진방안을 발표하고 사업을 추진해 왔다. 교육부는 기존의 디지털교과서와 달리 인공지능기술을 접목해 개인에게 맞춘 학습방식으로 교육 혁명을 실현하겠다고 밝혔지만 교사와 학부모들은 그동안 많은 문제점들을 지적하며 속도 조절을 요구했다.

그럼에도 불과 1년 반이 지난 올해 초부터 교육부는 초등학교 3학년과 4학년, 중학교 1학년, 고등학교 1학년의 수학·영어·정보 과목에 AI 디지털교과서를 도입했다. 민주당의 반대로 전면도입에서 학교의 자율채택으로 방침이 바뀌기는 했지만, 교육내용 구독료에만 수조원의 교육재정을 써야 하는 대형사업이 이렇게 추진되어도 될까?

‘교육부의 대왕고래’ AI교과서

며칠 전 언론 기사에 따르면 지역마다 AI 디지털교과서 채택률이 매우 다르다. 내가 사는 충청북도의 경우 교육청의 주도로 전체 초중고등학교 중 51.9%의 학교가 AI 디지털교과서를 채택했지만 멀지 않은 세종특별시의 경우 8% 정도만 교과서를 채택했다. 반면에 대구광역시의 경우 98%의 학교들이 교과서를 채택했다. 이런 차이는 교육내용으로 반영될 수 있고, 학교 현장에서 느끼는 혼란은 더 심할 것이다.

더구나 AI 디지털교과서를 활용할 단말기가 제때 보급되지 않아 교사들조차 내용을 제대로 연구하지 못했으니 혼란은 피할 길이 없다. 교사만이 아니다. 이 교과서가 어떤 것인지를 알고 있는 학생이나 학부모들은 또 얼마나 될까. 지금은 일부 학년과 과목에만 도입된다고 하지만 당장 우리 집 청소년만 해도 내년에 고등학교에 진학하는데, 학부모가 받은 정보는 없다. 학생도, 교사도, 학부모도 모른 채 진행되는 자율결정이나 교육 혁명이 가당키나 한가.

그동안 AI 디지털교과서에 대해 제기되었던 여러 가지 비판들도 해명되지 않았다. 빅데이터 축적에 필요한 학생들의 노력과 시간의 효과성, 입력된 데이터에서 발생할 수 있는 편향성 문제, 교육과정에서 교사의 역할과 주도성을 프로그램이 대체하는 문제, 장애인 교사나 학생의 접근성이 제대로 보장되지 않는 문제, 학생들의 개인정보를 사기업이 관리하는 문제 등은 지금도 남아 있다. 교육부는 AI 디지털교과서를 일단 사용해보면 학생과 학부모가 만족할 것이라지만 과연 그럴까?

본질적으로 AI 디지털교과서는 ‘교육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피하기 어렵다. 교육의 역할은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고 개인의 지능을 향상시키는 것인가? 교육기본법은 교육의 목적이 인격을 도야하고 자주적인 생활능력과 민주시민으로서 필요한 자질을 갖추는 것이라 밝히고 있다. 이런 역할을 AI 디지털교과서가 제대로 맡을 수 있을까?

그리고 인공지능기술은 무조건 따라야 할 표준이 아니다. 인공지능도 거짓을 말하고 잘못된 선택을 할 수 있으며 그 기술을 개발하는 국가나 기업의 이익과 분리될 수도 없다. 인공지능기술의 이용이나 영향에 관한 사회의 논의가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학교에 그 기술을 일방적으로 도입하겠다는 건 혁신을 앞세운 독단이다.

AI만 붙이면 혁신인가?

비상계엄이라는 엄중한 시국에서도 교육부는 일괄도입을 미루는 법안에 대해 거부권 행사를 요청했고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은 이를 수용했다. 교육부는 일방적으로 사업을 밀어붙이면서도 정작 그에 필요한 막대한 비용을 교육재정이 열악한 지역교육청에 떠넘겼다. 비수도권의 경우 학생 수가 줄어들어 학교들이 문을 닫는 실정이라 지역 현실을 반영하는 교육 대책이 더 시급한데도 말이다.

교육자치가 실시되고 있어 각 지역의 교육청이 교육정책을 실질적으로 담당하는 마당에 교육부가 있어야 할 이유는 무엇일까? 단순히 행정부처 간, 지역 간 정책을 조절하는 역할이라면 그것이야말로 인공지능이 잘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러니 교육부를 인공지능으로 대체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일 것이다.

하승우 이후연구소 소장

하승우 이후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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