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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 결정 임박하자 여론전 수위 높이는 윤석열 측, ‘불복’ 선동하나

황교안 전 국무총리가 지난달 28일 서울 종로구 성균관대학교 앞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에 참가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황교안 전 국무총리가 지난달 28일 서울 종로구 성균관대학교 앞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에 참가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 여부 결정이 다음 주로 예상되면서 윤 대통령 측이 지지층을 향한 선동 메시지 수위를 더욱 높이고 있다. 여론전으로 헌법재판관들을 압박해 탄핵 판단에 영향을 미치려는 전략이다. 현직 대통령 측이 또 다시 서부지법 난동 사태와 같은 불상사를 조장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윤 대통령 법률대리인단에 속한 변호사들은 온·오프라인을 가리지 않고 연일 부정선거 음모론, 야당과 중국 연계설, 헌법재판관 비난 등을 제기하며 지지층을 향해 ‘행동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황교안 전 국무총리는 지난 2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헌재(재판관) 8명 중 6명이 선관위원장 출신. 어떻게 심판에 영향을 안 미쳤겠나? 그러니 더욱 공정했어야지!”라고 썼다. 헌재가 지난달 27일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감사원의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대한 직무감찰은 위헌’이라고 결정하자, “헌재를 포함한 사법부가 선관위와 한통속”이라고 주장한 것이다.

황 전 총리는 지난 1일 보수 성향 기독교단체 세이브코리아가 서울 여의도에서 주최한 탄핵 반대 집회 연설문을 통해선 “이 모든 것이 어마어마한 부정선거 카르텔에 의해 조종되고 있다”며 “우리는 거대한 골리앗인 부정선거 세력, 공산 세력과 맞서 싸우는 용감한 다윗과 같은 사람들이다. 끝까지 싸웁시다”라고 말했다. 황 전 총리가 총괄대표를 맡은 시민단체 ‘부정선거·부패방지대’(부방대)는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 집 앞에서 연일 시위를 하고 있다.

윤 대통령 탄핵심판에서 부정선거 음모론을 앞장서 제기한 도태우 변호사는 지난 1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에서 열린 탄핵 반대 대학생 집회에 축사를 보냈다. 도 변호사는 “586 민주주의의 본질은 부정선거 의혹 검증을 막고, 검증을 요구하는 사람들을 망상에 빠진 음모론자로 비하하는 데서 잘 드러난다”며 “존엄한 한 사람 한 사람의 기표가 피처럼 소중하다는 것을 조롱하는 세력에 맞서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합니까? 싸워서 이겨야 하지 않겠습니까”라고 했다.

윤갑근 변호사는 지난 2일 ‘윤 대통령 법률대리인단’ 명의로 기자들에게 배포한 입장문에서 일부 방송사가 탄핵 반대 집회를 왜곡해 보도했다고 주장했다. 윤 변호사는 “음모론에 빠지고 이념에 치우친 극좌 유튜버와 다름없는 보도를 하며 제도권 기자라고 할 수 있는가”라며 “깨어난 국민, 일어선 청년들의 거센 분노가 왜곡 선동 언론으로 향할 것임을 분명히 기억하기 바란다”고 밝혔다. 송진호 변호사는 같은 날 SNS에 “조만간에 시진핑 체제, 중국의 정치체제, 중국의 영토주권도 붕괴를 맞을 것”이라며 “나라를 통째로 넘기려던 종중 민주당 반국가 세력들의 운명도 중국과 함께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윤 대통령 주변에선 헌법재판관 개개인을 향한 노골적인 비난도 서슴지 않는다. 윤 대통령의 내란 공범 혐의를 받는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은 지난 1일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서울 광화문에서 주최한 탄핵 반대 집회에 옥중편지를 보냈다. 김 전 장관은 “불법 탄핵심판을 주도한 문형배·이미선·정계선(재판관)을 처단하라”고 주장했다. 서천호 국민의힘 의원은 같은 집회에서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선관위, 헌재는 불법과 파행을 자행하고 있다. 모두 때려 부숴야 한다. 쳐부수자”고 말했다.

위험수위에 달한 윤 대통령 측 선동의 배후조종자는 윤 대통령 자신이다. 석동현 변호사는 같은 집회에서 지난 2월 28일 서울구치소에 수감 중인 윤 대통령을 접견하고 왔다면서 “대통령께선 ‘국민들이, 청년들이 이런 비상 위기를 알아준다면 나의 고초는 아무것도 아니다’라고 얘기하신다”고 전했다. 석 변호사는 “계엄을 해보니 국회와 정치권은 물론 검찰과 경찰, 공수처 등 수사기관, 법원과 헌재, 선관위 할 것 없이 모두 불공정, 편법, 비상식이 난무하고 있다”며 “이런 점들이 윤 대통령이 자기 몸을 던져가면서 비상계엄을 선포할 수밖에 없었던 바로 그 국가 비상 위기”라고 주장했다.

윤 대통령 측 태도는 헌재가 윤 대통령 탄핵 여부 결정만을 앞둔 상황에서 지지층의 탄핵 반대 여론을 고조시켜 헌재를 압박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앞서 윤 대통령 측이 극렬 지지층을 체포·구속을 막기 위한 ‘방패막이’로 동원해 서부지법 난동 사태로 이어진 사례를 보면 더 큰 불상사가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검사 출신 한 변호사는 “현직 대통령이 최선봉에서 ‘헌재가 탄핵 결정을 내려도 불복하라’고 부추기는 모양새”라며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 많은 사상자가 생겼던 사태가 또 벌어질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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