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양대 신입생들이 지난 3일 서울 성동구 한양대 제7학생생활관 앞에서 부모님과 기숙사를 둘러보고 있다. 성동구 제공
대학생들에게 매년 오르는 등록금만큼 부담되는 것이 주거비다. 통학이 어려운 학생들을 모두 수용할 만큼 기숙사를 지을 수 있다면 주거비 문제가 다소 해결될 수 있지만 이 마저도 쉽지 않다. 대학생을 상대로 임대수익을 얻는 인근 주민들의 반발이 거세기 때문이다.
지난 3일 서울 한양대학교에는 기숙사에 입소하기 위해 짐을 실어나르는 신입생과 학부모들로 가득했다. 신입생들은 개강 앞두고 지난 1~3일 기숙사에 모두 입소했다.
한양대는 올해 처음으로 제6생활관과 제7생활관 두 개 기숙사 동을 새롭게 선보였다. 올해 새롭게 조성된 제6·7생활관은 각각 지하3층~지상7층 200실, 지하2층~지상7층 403실 규모로 총 1198명의 재학생을 수용할 수 있다. 한양대 기숙사 정원은 기존 2184명에서 3382명으로 대폭 늘어났다. 기숙사 수용률도 10.9%에서 16.4%까지 높아졌다.
한양대 주변 임대인들의 반발은 없었다. 불과 몇 년전까지 한양대 기숙사 건립을 반대하며 학교 앞에서 항의집회를 열던 분위기와는 사뭇 달라졌다. 여기에는 성동구의 ‘성동한양 상생학사’가 큰 역할을 했다. 상생학사는 성동구가 지난 2019년 3월 전국 최초로 도입한 제도다.
성동한양 상생학사는 성동구와 한양대, 임대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공실우려가 있는 소형 임대주택을 선정해 학생들에게 시세보다 저렴하게 공급하는 제도다. 상생학사 거주학생들도 기숙사에 사는 학생들처럼 저렴한 비용으로 살 수 있고, 임대인들도 공실률을 낮출 수 있는 장점이 있다.
2019년 첫 도입한 ‘상생학사’
LH는 주택도시기금을 활용해 학생이 상생학사에 거주하는 동안 보증금 2900만원을 연 1%로 대출해준다. 성동구와 한양대는 매달 15만원의 주거비를 절반씩 부담한다. 입주학생은 보증금 100만원만 부담하면 월 20~30만원의 임대료와 주택도시기금 이자(2만5000원) 및 관리비 등만 내고 생활할 수 있다.

신축 후 첫 신입생을 맞은 서울 성동구 한양대 제6·7학생생활관 전경. 성동구 제공
4일 성동구 관계자는 “기숙사는 대학과 학생만의 문제가 아닌 지역의 생존이 달린 문제로 연결되는 만큼 대학과 주민, 학생이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상생학사는 4호점 48실을 운영 중이며, 구는 이번 기숙사 신축으로 발생하게 될 공실도 추가로 활용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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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한양대 기숙사 신축과 성동구의 상생학사 운영에 따른 재학생 주거비 절감 효과는 수치로도 확인됐다. 구가 한양대 인근 33㎡ 이하 소형 임대주택의 거래동향을 분석한 결과 올해 1월 평균 월세는 55만4000원으로, 지난해 1월(58만3000원) 보다 5%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1월 기준 서울 주요 대학가 원룸의 평균 월세가 60만9000원까지 상승한 것과 비교했을 때 주목할만한 수치다.
정원오 성동구청장은 “한양대 기숙사 추가 건립은 우리 구가 주민들과의 긴 대화와 설득으로 만들어낸 ‘성동한양 상생학사’와 더불어 대학가 월세안정화 및 학생들 주거권 안정이라는 유의미한 결과로 이어졌다”며 “앞으로도 상생형 맞춤 주거지원 정책 추진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