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오는 4월 2일쯤 수입 자동차에 대한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지난 15일(현지시간) 밝힌 가운데 지난달 16일 경기 평택항에 선적을 기다리고 있는 수출용 자동차가 줄지어 서 있다. 문재원 기자
올해 1월 생산·소비·투자가 전월대비 일제히 하락했다. 지난해 11월 이후 2개월만에 생산·소비·투자 등 ‘트리플 감소’를 나타낸 것이다. 특히 정치적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생산과 투자의 감소 폭은 코로나19 펜데믹 시기였던 2020년 이후 4년 여 만에 가장 컸다. 소비 침체에 이어 생산·투자마저 위축돼 한국 경제에 ‘빨간불’이 켜졌다. 추가경정예산(추경) 논의마저 중단되면서 경기 회복의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통계청이 4일 발표한 1월 산업활동동향을 보면, 전산업 생산은 전월대비 2.7% 감소했다. 코로나 펜데믹 초기인 2020년 2월(-2.9%) 이후 4년 11개월 만에 최대 폭의 감소다. 기계장비(-7.7%)·전자부품(-8.1%) 등 광공업 생산이 크게 줄어든 영향이다. 주력산업인 반도체 생산은 0.1% 증가에 그쳐 사실상 제자리걸음 했다.
내수도 좀처럼 반등하지 못하고 있다. 서비스 소비를 보여주는 서비스업 생산도 전월대비 0.8% 줄었다. 지난해 5월(-0.8%) 이후 가장 큰 감소 폭이다. 도소매업(-4.0%)·운수업(-3.8%) 분야에서 생산이 크게 줄었다.
1월 소매판매액지수도 전월대비 0.6% 감소했다. 화장품 등 비내구재(-0.5%), 의복 등 준내구재(-2.6%) 소비가 줄었다. 소매판매는 지난해 10월(-0.7%)·11월(-0.7%) 2개월 연속 전월대비 마이너스를 기록하다 지난해 12월(0.2%) 반등했으나 한 달만에 다시 감소로 전환됐다. 임시공휴일 효과를 제외하면 소비 부진은 더 심했을 수도 있다.

서울 중구 명동 중심의 상점이 임대 안내를 붙이고 비어 있는 모습. 연합뉴스.
가장 크게 감소한 건 설비투자였다. 설비투자는 전월대비 14.2% 줄어 2020년 10월(-16.7%) 이후 4년3개월만에 최대 감소 폭을 기록했다. 트럼프 2기 통상 이슈로 불확실성이 커진 등의 영향으로 풀이된다. 반도체제조용기기 등 기계류(-12.6%)와 기타운송장비 등 운송장비(-17.5%)부문에서 투자가 줄었다.
건설업 부진도 계속됐다. 건설기성(생산)도 전월대비 4.3% 감소했다. 감소 폭은 지난해 3월(-9.4%)이후 가장 크다. 1년 전과 비교하면 27.3% 줄어들어 1998년 10월 이후 최대 폭 감소였다. 건설 경기 선행 지표로 꼽히는 건설수주 역시 1년 전보다 25.1% 줄었다.
이두원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전월 증가에 따른 기저효과나 명절로 인한 조업일수 감소 등의 영향으로 주요지표가 마이너스 전환됐다”면서 “대내외 불확실성에 따른 경제심리 위축으로 소비, 건설투자 등 내수 회복이 지연되고 있다”고 말했다.

1월 ?????????????????? 주요 지표 추이
- 경제 많이 본 기사
더 큰 문제는 밑바닥을 알 수 없다는 점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버팀목 역할을 하던 반도체 수출은 2월 기준 전년대비 3% 감소했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는 오는 4월 자동차 등에 대한 품목별 관세를 발표할 예정이다. 이런 영향으로 향후 경기를 보여주는 선행종합지수 순환변동치는 전달보다 0.3포인트 하락했다.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지 못하면 1% 중반 성장률이 고착화될 수 있다.
최근 정치권의 추경 논의도 공전하면서 경기 회복의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난해 소비가 10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하는 등 지표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트럼프 2기 정부 출범, 비상계엄 등으로 이미 경기침체 경고등이 들어왔다”며 “추경 논의의 키를 쥔 최상목 권한대행이 하루빨리 매듭을 지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