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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때 도입·윤석열 독려해놓고···국힘, 사전투표 폐지 논의 본격화

입력 2025.03.04 17:28

윤석열 대통령(당시 전 검찰총장)이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사전투표 첫날인 2021년 4월2일 서울 서대문구 남가좌1동 주민센터에 마련된 사전투표소에서 투표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윤석열 대통령(당시 전 검찰총장)이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사전투표 첫날인 2021년 4월2일 서울 서대문구 남가좌1동 주민센터에 마련된 사전투표소에서 투표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국민의힘이 4일 사전투표제 폐지를 당 차원에서 논의하기로 했다. 여당 대선 주자들도 폐지론에 힘을 실었다. 사전투표 도입과 독려에 적극적이던 과거와는 다른 모습이다. 극우에서 주장하는 부정선거 음모론에 편승하고, 조기 대선 시 보수 결집 의제로 띄우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장동혁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사전투표 폐지를 골자로 하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제도 결함, 관리 부실, 비용 부담 등을 문제로 들었다. 대신 금요일~일요일 3일 동안 본투표를 실시하자고 제안했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사전투표와 관련해 여러 가지 논란이 많이 있기 때문에 의원총회를 열거나 해서 당의 입장 정하도록 하겠다”고 호응했다.

여당 대선주자들도 사전투표 폐지론에 불을 지폈다. 한동훈 전 대표는 지난 2일 기자들과 만나 “사전투표 대신 본투표 (기간을) 늘리는 방식으로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지난 2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사전투표 및 전자개표시스템을 개선하고 선거 인력에 대한 능력 평가를 강화하는 방안을 고안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지난달 6일 온라인 소통 플랫폼 ‘청년의 꿈’에 “본투표 기간을 늘리면 사전투표가 필요없다”고 했다.

여당의 사전투표제 폐지 움직임은 보수 지지층을 중심으로 확산하는 부정선거 음모론자들의 표심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부정선거 음모론자들은 야당 득표율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오는 사전투표에서 대규모 부정이 있다고 주장해왔다.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은 이날 YTN라디오에서 “선관위를 아이템을 바꿔가면서 계속 물고 늘어지는 건 결국 부정선거 좋아하시는 분들한테 소구하려고 하는 것”이라며 “결국에는 국민에게 선관위의 이미지를 저하시키고 그래서 부정선거가 있었겠다는 착각을 불러일으키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의원은 이날 국회 기자회견에서 사전투표제가 폐지되면 지방에서 서울로 공부나 일을 하러 와 주소지가 일치하지 않는 학생들, 청년들의 투표권이 실질적으로 박탈당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사전투표제는 진보·보수가 함께 한국 민주주의에 기여하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서 탄생했다. 사전투표제는 1960년 도입된 부재자투표제가 투표 편의를 제고하는 방향으로 발전한 결과물이다. 사전투표제 도입 과정에서 두 가지 분기점을 꼽는다면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09년 중앙선거관리위원회(위원장 양승태) 주도로 도입된 부재자 사전신고 폐지,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3~2014년 여야가 ‘투표시간 확대, 전국 단위 선거에서 시행’을 골자로 합의한 공직선거법 개정을 들 수 있다.

사전투표 도입 후 국민의힘은 제도 정착과 독려에 앞장서 왔다. 윤석열 대통령은 202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2022년 대선, 지난해 총선까지 모두 사전투표로 한 표를 행사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대선을 앞둔 2022년 3월5일 서울 삼성서울병원 인근 투표소에서 사전투표를 했다. 당시 대구 달성군에 사저를 매입해 전입신고를 마친 상태였으나 거주지와 상관없이 투표할 수 있는 사전투표를 택한 것이다.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은 2022년 3월3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저를 비롯한 모든 국회의원과 당협위원장도 사전투표에 참여할 것”이라며 “투표하면 이깁니다. 사전투표하면 더 크게 이깁니다”라고 적었다.

국회입법조사처 ‘사전투표제 현황과 효과’ 보고서 중 투표율 추이. 국회입법조사처 보고서 갈무리

국회입법조사처 ‘사전투표제 현황과 효과’ 보고서 중 투표율 추이. 국회입법조사처 보고서 갈무리

실제로 사전투표 도입 전인 2010년까지 대선·총선·지방선거 투표율은 꾸준히 하락세였다가 사전투표제로 전환이 시작되면서 상승세로 전환됐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지난해 5월 발간한 ‘사전투표제 현황과 효과’ 보고서에서 “사전투표제 도입 직후에는 전체적으로 투표율이 상승했지만, 최근 치러진 대선과 총선의 전체투표율은 사전투표율이 크게 상승했음에도 불구하고 이전 선거와 큰 차이가 없다”고 평가했다.

선관위가 지난해 3~5월 한국갤럽을 통해 세 차례 22대 총선에 대한 유권자 의식조사를 한 결과에서도 ‘사전투표제가 투표율 향상에 도움이 된다’는 응답은 93.0%에 달했다. 2018년 7회 지방선거 이래 ‘도움이 된다’는 응답은 90% 아래로 내려간 적이 없다. 또 사전투표자의 25.1%는 ‘사전투표제가 없었다면 투표할 수 없었다’고 응답했는데 이는 사전투표가 단순히 본투표를 분산하는 효과만 있는 것은 아니라는 근거로 활용된다.

이재묵 한국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날 통화에서 “사전투표는 일반적으로는 장점이 크다”며 “민주주의 사회에서 선출된 대표의 정당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투표율이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런데 부정선거론을 보면서 사전투표가 우리나라엔 사치라는 생각이 든다”며 “제도를 도입한 지 10년이 됐는데 이걸 단칼에 폐지하자고 할 게 아니라 종합 평가 같은 게 이뤄져야 할 시점 같다”고 말했다.

한 국회 관계자는 “여당의 목적은 결국 사전투표제 폐지를 통해 젊은 층의 투표율을 낮추려는 것이 아니겠냐”며 “정당이 높은 투표율을 무서워한다는 것 자체가 반민주적 발상”이라고 말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투표율 제고뿐 아니라 국민이 이미 제도의 편리함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에 폐지했을 때 반발이 적지 않을 것”이라며 “현행 사전투표제가 완벽한 것은 아니지만 전국 어디서나 투표가 가능한 점 등은 해외에서 높게 평가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소송을 통해 법원의 사후검증도 가능한 만큼 폐지에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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