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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해녀 만난 후쿠시마 주민 “오염수로 생활 터전인 바다 더렵혀 죄송”

4일 제주 제주시 한경면 종합복지회관에서 열린 ‘바다를 잇는 마음 제주해녀와 후쿠시마 할머니의 만남’에 김영희 변호사, 해녀 박인숙·이희순·장순덕·현인홍씨, 오가와라 사키씨, 스즈키 마리씨가 참여하고 있다. 오경민 기자

4일 제주 제주시 한경면 종합복지회관에서 열린 ‘바다를 잇는 마음 제주해녀와 후쿠시마 할머니의 만남’에 김영희 변호사, 해녀 박인숙·이희순·장순덕·현인홍씨, 오가와라 사키씨, 스즈키 마리씨가 참여하고 있다. 오경민 기자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이 오염수를 바다에 방류하는 것을 반대해왔지만 막을 수 없었습니다. 해녀분들의 생활 터전이자 일터인 바다를 더럽히게 돼서 정말로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후쿠시마에서 오염수 해양 투기를 반대하는 운동을 펼쳐 온 오가와라 사키는 약 1300㎞ 떨어진 제주를 찾아 제주의 해녀들에게 직접 사과했다.

2011년 3월11일, 대지진으로 인한 쓰나미로 일본 후쿠시마에 있던 핵발전소가 폭발했다. 2023년 8월24일,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은 핵연료를 냉각시키기 위해 원자로에 주입했던 방사능 오염수를 ‘처리’해 바다에 방류하기 시작했다.

오가와라와 일본에서 원전 반대 운동을 하는 스즈키 마리는 4일 제주 제주시 한경면 종합복지회관에서 제주 해녀들에게 사과하고 원전과 오염수 해양 투기에 반대하기 위한 연대를 요청했다. 민변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투기 헌법소원 변호단 등의 주최로 열린 ‘바다를 잇는 마음, 제주 해녀와 후쿠시마 할머니의 만남’에 참여한 자리였다.

스즈키는 “제가 사는 고향은 이미 오염돼 방사능 때문에 많은 이들이 불안을 안고 살고 있다”며 “여러분과 미래를 위해 어떻게 할 수 있을지 함께 논의하고 또 배우러 왔다”고 말했다.

오가와라 사키씨가 4일 제주 제주시 한경면 종합복지회관에서 열린 ‘바다를 잇는 마음, 제주 해녀와 후쿠시마 할머니의 만남’ 후 인터뷰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오경민 기자

오가와라 사키씨가 4일 제주 제주시 한경면 종합복지회관에서 열린 ‘바다를 잇는 마음, 제주 해녀와 후쿠시마 할머니의 만남’ 후 인터뷰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오경민 기자

스즈키 마리씨가 4일 제주 제주시 한경면 종합복지회관에서 열린 ‘바다를 잇는 마음, 제주 해녀와 후쿠시마 할머니의 만남’ 전 인터뷰에서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오경민 기자

스즈키 마리씨가 4일 제주 제주시 한경면 종합복지회관에서 열린 ‘바다를 잇는 마음, 제주 해녀와 후쿠시마 할머니의 만남’ 전 인터뷰에서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오경민 기자

오가와라와 스즈키는 지난해 10월 공개된 애플tv플러스의 다큐멘터리 <마지막 해녀들>을 보고 제주 해녀들의 사정을 알게 됐다고 했다. <마지막 해녀들>은 기후변화와 해양 오염으로 삶의 터전을 잃어가는 해녀들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다. 오가와라는 “목숨을 걸고 바다에 뛰어들어 해산물을 채취하는 해녀들의 강인함, 바다에 대한 경외심을 가지고 인간과 바다를 하나로 보는 자연관에 인간이 가져야 할 근본적인 마음이 있다고 느꼈다”며 “바다에 잠수해 일하는 사람들의 환경을 방사능으로 오염시키는 것에 대해 해양투기를 막지 못한 일본의 책임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는 고산리 해녀 6명, 북촌리 해녀 1명이 자리했다. 52년간 고산리 앞바다에서 물질을 해왔다는 장순덕씨는 “해녀들이 짠물(바닷물)을 먹고 싶어서 먹는 게 아니다. 파도가 치면 우연히 그 물을 먹는다”며 “우리는 칠십이 넘었으니 됐지만, 후손들에게 좋은 바다를 물려줘야 하는데 오염수를 뿌렸다”고 말했다.

북촌리에서 온 해녀 이희순씨는 “평생 해녀 일을 했지만 이런 ‘백바당(해초 없는 바다)’은 올해 처음 본다”며 “톨(톳)도 없고 몸(몸자반)도 없고, 우미(우뭇가사리)도 없다”고 했다. 해녀들은 올해 “바닷풀이 씨가 마르니 해초를 먹고 자라는 소라도 비실댄다”며 “어민과 해녀들이 굶어죽게 생겼다”고 입을 모았다.

오가와라와 스즈키는 원전의 위험성을 매일 실감한다고 말했다. 오가와라는 “원래 대지나 바다를 매우 중요한 것으로 생각해 소중하게 아껴왔다. 그런데 원전 폭발 이후, 이제 땅과 바다가 나를 위협하는 존재가 되었다는 느낌을 자주 받는다”며 “예전에는 밭에다 채소를 심거나 꽃을 심는 것도 좋아했지만, 이제는 채소에서 나올 방사선량이 우려된다. 바람이 불어 땅에서 먼지만 일어나도 ‘위험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한국은 최근 신규 대형원전 2기 증설 등을 골자로 한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확정했다. 오기와라는 “후쿠시마를 잊지 말아 주셨으면 좋겠다. 원전이 얼마나 큰 피해와 슬픔을 불러오는지를 반드시 알아줬으면 한다”고 했다. 스즈키 역시 “한 번 사고가 일어나면 사람의 삶이라는 것은 완전히 바뀌어버린다”며 “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주민들이 철저히 감시하고 감독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오가와라와 스즈키는 이날 해녀들에게 ‘넘어져도 일어난다’는 의미를 담은 오뚜기를 선물했다. 해녀들은 물질할 때 해녀들의 생명줄 역할을 하는 ‘테왁 망사리’ 모형을 선물했다.

4일 제주 제주시 한경면 종합복지회관에서 만난 후쿠시마 주민들과 제주 해녀들이 함께 웃고 있다. 오경민 기자

4일 제주 제주시 한경면 종합복지회관에서 만난 후쿠시마 주민들과 제주 해녀들이 함께 웃고 있다. 오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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