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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사 1년여만 ‘독성간질환’ 발병…“더 싼 인력으로 반도체 산업 키우는 법 반대”

입력 2025.03.04 18:10

반올림 등 시민단체들이 4일 스태츠칩팩코리아와 반도체특별법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최서은 기자

반올림 등 시민단체들이 4일 스태츠칩팩코리아와 반도체특별법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최서은 기자

“처음 수술을 받은 후 드라마나 영화에서 보던 일들이 제게 실제로 일어났다는 게 실감이 나지 않아 사실을 받아들이기 너무 힘들었습니다. 수술한 이후 회사와 학교, 교육청에서 안부와 걱정은 없었습니다. 오히려 회사에서는 더 이상의 병가를 줄 수 없다며 무단결근으로 인한 해고 처리를 하였습니다.”

고교 3학년 때 현장 실습생으로 반도체 회사 스태츠칩팩코리아에 입사했다가 1년여 만에 독성간질환으로 투병을 하게 된 김선우씨(가명)는 4일 아버지를 통해 이렇게 전했다.

시민단체 반올림과 반도체특별법저지공동행동은 이날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사건을 강력히 규탄하고 정부와 국회가 추진 중인 반도체특별법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반올림에 따르면, 김씨는 회사에서 코를 찌르는 냄새가 나는 유기용제로 세척업무를 했고, 반도체 칩 접착을 위해 플럭스 등 유해화학물질을 취급하며 일하다 독성 간 질환이 발병했다. 그러나 산업재해도 인정받지 못했다. 김씨는 현재 산재 불승인 처분에 대해 행정소송을 진행 중이다.

스태츠칩팩코리아 측은 행정 소송 결과를 지켜보고 있다고 밝혔다. 회사 측은 “회사는 산재 신청에 대해 적극 협조했는데 불승인됐다. 회사는 현재 진행 중인 소송 결과를 지켜보고 있다”며 “필요한 부분이 있으면 합당한 조치를 할 것”이라고 했다.

이날은 삼성반도체 백혈병 사망노동자 고 황유미씨 18주기를 이틀 앞둔 날이었다. 황씨도 김씨처럼 고3 때 취업해 1년8개월만에 백혈병을 얻게 됐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여한 시민사회단체들은 반도체 산업에서 일하는 청소년 노동의 위험성을 지적하고 노동자의 안전과 건강을 위협하는 반도체특별법을 비판했다.

이종란 반올림 활동가는 “10대의 몸은 유해물질 노출의 영향을 더 크게 받고 암이나 질환에 노출될 확률이 너무 높다. 그런데도 정부와 국회는 반도체특별법 안에 반도체 고등학교 육성, 반도체 특성화 대학 등 10대 20대의 젊은이들을 유해한 반도체 산업으로 이끌고 있다”며 “너무 많은 청년들의 피해가 있는데도 더 싼 인력, 더 젊고 문제를 제기하기 힘든 현장실습생, 10대·20대 인력으로 반도체 산업을 키우겠다고 하는 것에 반대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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