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대만 파운드리업체 TSMC의 대미 반도체 생산설비 투자 계획을 발표하는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워싱턴|로이터연합뉴스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정부가 4일 0시(한국시간 4일 오후 2시)를 기해 멕시코·캐나다·중국 등 3개국산 수입품에 대해 고율 관세를 부과했다. 멕시코·캐나다에 25%, 중국엔 지난달 부과한 10%에 추가 10%를 매긴 20%가 적용됐다. 트럼프발 관세전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이다. 이에 캐나다는 즉각 25%의 보복관세를 부과했고, 중국은 오는 10일부터 740개 농축산물에 10~15%의 관세를 매기는 등 맞대응 조치에 나섰다.
트럼프는 지난달 초 캐나다와 멕시코에 대한 관세 부과를 예고했다가 한 달간 유예했지만 결국 예정대로 시행했다.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운 관세전쟁이 단순 엄포용이 아님을 보여준 것이다. 이번 관세로 무관세 대미 수출을 기대하고 캐나다·멕시코로 진출했던 한국 기업들도 ‘날벼락’을 맞게 됐다. 앞서 트럼프는 오는 12일부터 철강·알루미늄에 25% 관세를, 다음달 2일부터 모든 국가에 상호관세를 적용하겠다고 했다. 이달 중 자동차·반도체·의약품 등 업종별 관세 부과 발표도 예고돼 있다. 이 조치들이 현실화하면 무역전쟁은 전 지구적으로 확산하게 된다. 트럼프가 동맹이자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국인 캐나다에 관세폭탄을 때렸듯, ‘미국 우선주의’는 동맹을 가리지 않고 있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라는 뜻이다.
한국 경제는 빨간불이 켜진 지 오래다. 1~2월 수출이 전년 동기 대비 4.7% 줄어든 데 이어, 통계청이 이날 발표한 지난 1월 산업활동동향에서 실물경제 3대 지표인 생산·소비·투자가 모두 전월보다 감소했다. 특히 산업생산지수는 전달보다 2.7% 감소했는데, 코로나가 본격화하던 2020년 2월(-2.9%) 이후 4년11개월 만에 가장 큰 폭이다. 생활물가마저 상승하며 서민경제는 더욱 힘겨워졌다. 트럼프가 촉발한 관세전쟁은 한국으로선 그야말로 엎친 데 덮친 격이다.
경제 비상 상황에 대응하려면 치밀한 전략과 실효성 있는 지원책이 뒤따라야 한다. 정부는 내수 등 민생경제 회복과 수출 지원 정책에 속도를 내겠다고 했다. 그러나 탄핵 정국이 장기화되고, 권한대행 정부의 리더십은 미약하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정부와 국회, 민간이 힘을 합쳐 당면한 미국발 통상전쟁에 총력 대응해야 한다”고 했지만, 추가경정예산 편성조차 합의하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국가적 위기를 타개하는 데 여·야·정이 따로 있을 수 없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왼쪽에서 세번째)이 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