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연대 ‘상속세 감세 주장이 숨긴 쟁점’ 간담회
여야가 ‘상속세 감세’ 시동을 걸고 있지만 저출생과 초고령 사회에 진입한 한국에선 도리어 상속세 과세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특히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주장대로 상속세 면제 기준을 10억원에서 18억원으로 올리면 상위 10%에게 혜택이 돌아간다는 분석도 있다.
참여연대가 4일 ‘상속세 감세 주장이 숨기고 있는 쟁점들 바로 보기’라는 주제로 연 기자간담회를 토대로 상속세 관련 쟁점을 정리해봤다.
여야는 과거보다 부동산 가격이 올랐으니 상속세 부담을 낮춰서 현실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조세 전문가들은 이는 초고령 사회에 접어든 한국의 특수성을 무시한 결과라고 지적한다.
2007년 초고령 사회에 진입한 일본은 2015년부터 상속세 정액 공제액을 기존 5000만엔에서 3000만엔으로 낮추고, 상속인 1인당 공제액도 1000만엔에서 600만엔으로 줄였다. 그 결과 상속세 과세 대상과 세수가 급증했다. 세수는 2013년 1조5400억엔에서 2022년 2조8000억엔으로 1.8배로 늘었다.
신승근 참여연대 조세재정개혁센터 소장(한국공학대 복지행정학과 교수)은 “일본은 노인 인구가 늘면서 ‘부자가 내는 상속세’의 과세를 강화해야 한다는 논의가 나왔다”며 “한국은 자산소득에 대한 과세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상속세 세율 누진구조를 도리어 강화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상속세와 소득세를 둘 다 낮추자는 것은 저출생·생산연령 감소 문제에 아무 대안을 갖추지 못한 허술한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은 상속세 최고세율이 50%에 달해 주요국보다 높으므로 최고세율을 낮추자고 주장한다. 하지만 각종 공제를 빼면 상속세 실효세율은 높지 않다.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이 국세청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23년 기준 상속세 과세가액 대비 실효세율은 23.1%에 그쳤다. 배우자가 있으면 최소 10억원을 공제해주고, 배우자가 실제 상속받은 금액만큼 최대 30억원까지 공제해주기 때문이다.
한국의 상속세는 상위 1%가 약 90%의 세수를 책임지는 구조라 감세에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2023년 최상위 0.03%(100명)의 피상속인 상속세 납부액이 전체 상속세 결정세액의 59.6%를 차지했다. 최상위 1%의 피상속인(3590명)이 낸 세금은 전체 상속세의 89.1%였다.
민주당의 상속세 개편안이 현실화하면 전체 가구 중 극소수가 혜택을 보는 것으로 분석됐다. 통계청의 2023년 가계금융복지조사를 보면, 순자산 10억원 이상인 가구는 상위 10%에 해당한다. 또한 한국도시연구소 자료를 보면, 지난해 부동산 시장가격이 10억~18억원인 가구 비율은 2.8%(63만581가구)였다. 홍정훈 한국도시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상속세를 부담할 여력이 없는 계층이 있다면 과세이연제도 도입을 검토하면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