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압델 파타 엘시시 이집트 대통령이 4일(현지시간) 이집트 카이로 에서 열린 아랍연맹 특별정상회의에서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아랍연맹이 팔레스타인인을 퇴거하지 않는 가자지구 재건 계획을 채택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밝힌 미국 주도 ‘중동의 리베이라’식 구상에 아랍 국가들이 내놓은 대응안이다.
로이터·AP통신 등은 4일(현지시간) 이집트 카이로에서 열린 특별정상회의에서 주최자 압델 파타 엘시시 이집트 대통령이 내놓은 가자지구 재건 구상을 아랍 국가들이 수락했다고 보도했다.
엘시시 대통령은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국가를 재건할 권리를 지키고, 그들의 땅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보장할 것”이라며 “팔레스타인 사람들과 협력해 가자지구를 통치할 독립적인 위원회를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또 유엔과 협력해 내달 가자지구 재건을 논의할 국제회의를 이집트에서 열겠다고 했다.
계획안은 가자지구 재건에 향후 5년간 총 530억달러(77조원)의 비용이 들어갈 것으로 추산됐다. 첫 6개월간 건물 잔해를 치우고 임시 주택을 설치한 뒤 2년간 주택 20만호를 짓는다. 이후 마지막 단계 2년 반 동안 추가 주택 20만호와 공항을 건설한다는 계획이다.
아랍 국가들이 모인 위원회가 재건 동안 가자지구에 대한 관리를 맡고, 이후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에 이를 이관한다. 재원은 세계은행 산하 신탁기금을 조성해 충당키로 했다.
마무드 아바스 PA 수반은 아랍연맹 안에 대한 환영 의사를 밝히며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가자지구 주민들의 이주를 전제하지 않는 이 같은 안을 지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도 성명을 내고 환영 의사를 밝혔다.
반면 이스라엘은 “2023년 10월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공격 이후의 현실적 맥락을 고려하지 못했다”며 반대 의사를 드러냈다. “부패·테러 혐의가 있는 PA와 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구(UNRWA)에 계속 의존하겠다는 것”이라며 “가자 주민들의 선택권을 존중한 트럼프 대통령의 계획이 지지돼야 한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가자지구 주민 200만명을 요르단 등 주변국으로 이주시키고 가자지구를 미국이 장악해 ‘리비에라(프랑스 칸에서 이탈리아 라스페치아에 이르는 지중해안 관광지대)’로 바꾸겠다는 구상을 밝히자 아랍국가들은 강하게 반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