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AI 조언자’ 박태웅 “AI는 전기 같은 범용기술···국부펀드 필요”

김한솔 기자

[스팟+터뷰] “정치권 안팎에서 주목해 볼 만한 인물을 신속하지만 깊이 있게 인터뷰하는 코너입니다”

박태웅 민주연구원 집단지성센터장이 지난 4일 서울 여의도 민주당사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서성일 선임기자

박태웅 민주연구원 집단지성센터장이 지난 4일 서울 여의도 민주당사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서성일 선임기자

인공지능(AI) 전문가이자 더불어민주당 정책소통플랫폼 ‘모두의 질문Q’를 이끄는 박태웅 민주연구원 집단지성센터장은 “AI 분야에 국부펀드 같은 정부 지원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며 “현재 한국은 딥시크 같은 회사 하나보다 못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투자한 AI 프로젝트에 ‘시민 참여 펀딩’을 받아 이익을 공유하는 아이디어도 언급했다.

박 센터장이 언급한 방식은 최근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모두의 질문Q’ 유튜브채널에서 밝힌 ‘한국형 엔비디아’ 육성 방안과 유사하다. 이 대표는 엔비디아 같은 회사에 국가가 일정 지분을 투자한 뒤 그 수익을 공공에 나누는 방안을 언급했다. 국민의힘 측에서는 ‘반시장적, 사회주의’라고 비판했다. 박 센터장은 “AI는 전기나 증기기관차급 범용 기술이라고 생각한다”며 “가능하다면 과실을 다 같이 나누면 좋지 않겠느냐”고 반박했다.

‘모두의 질문Q’는 정치, 경제, 사회 등 각 분야에 대한 시민의 질문을 받고 공론화 과정을 거쳐 해결책을 찾는 집단지성 프로젝트다. 출범 한 달 만에 5200개 이상의 질문이 등록됐다. 취합된 질문은 관련 국회 상임위원회에 전달되고, 최종적으로는 당 정책의 베이스가 되는 ‘녹서(Green Paper)’로 발간된다. 송창욱 민주연구원 부원장과 18개 상임위 소속 민주당 의원 19명 등이 프로젝트를 꾸려가고 있다.

박 센터장은 KTH, 엠파스 등 정보기술(IT) 분야에서 오래 일한 뒤 한빛미디어 이사회 의장을 지냈다. 다음은 박 센터장과의 일문일답.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와 박태웅 민주연구원 집단지성센터장이 지난 2월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모두의 질문Q’ 출범식에서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와 박태웅 민주연구원 집단지성센터장이 지난 2월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모두의 질문Q’ 출범식에서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 이 대표의 ‘한국형 엔비디아’ 발언 여파가 있다.

“두 가지로 나눠 볼 수 있을 것 같다. 하나는 AI를 무엇으로 규정할 것인가. 많은 기술 중 하나인가, 아니면 전기나 증기기관차급 범용 기술인가. 다른 하나는 국가의 역할이 무엇인가. 저는 AI가 범용 기술이라 생각한다. 모든 산업이 결합해 경쟁력을 압도적으로 올려놓아야 한다.

중국보다 AI 기술이 뒤처진 현 상황을 대단히 심각하게 봐야 한다. 자동차는 현대차·기아가 더 잘 만들지만, 자율주행 기술은 중국이 훨씬 뛰어나다. 가전도 삼성, LG가 좋다지만 로봇 청소기는 중국을 못 따라간다. 우리가 뛰어나다고 생각한 모든 것들이 앞에 AI가 붙는 순간 그렇지 않게 된다.

국부펀드 같은 정부 지원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거대언어모델(LLM)은 기본적으로 규모의 경제다. 딥시크가 보유한 최신형 그래픽처리장치(GPU)가 5만대인데 한국에 있는 GPU 다 끌어모아도 그보다 적다. 국가 자원의 전략적 배치 실패다.”

-국가 차원의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상황이고, 그 결과물은 나누자는 의미인가.

“가능하다면. (국가 지원금에는) 세금이 들어간 거니까, 그 과실을 다 같이 나누면 좋지 않겠냐는 거다. 프로젝트가 잘 진행돼 성공 가능성이 크다면 시민에게 펀딩에 참여할 기회를 줄 수도 있지 않을까.”

-기술 개발은 성공할 수도, 실패할 수도 있지 않나.

“그러니까 특정 회사에 (지원금을) 주면 안 된다. 특수목적법인(SPC)을 따로 만들어 투자하고, 그 결과물은 오픈 소스로 우리나라 주요 회사들이 다 쓸 수 있게 하는 장치가 필요하다. 그 결과물을 사회 전체가 공유할 수 있는 형태로 가야 할 것 같다.

미국은 ‘AI 지원전략’을 통해 모든 학자에게 AI를 쓰라고 권하고 있다. AI 기반 과학이 주류가 되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아무도 미국에 ‘그렇게 세금 쓰면 나중에 어떻게 회수할 거냐’고 묻지 않는다. 그렇게 투자하면 과학이 발전하고, 그건 미국에 좋은 일이니까.”

- 이 대표가 ‘AI 국방 활용’을 언급하자 ‘지상군을 줄여선 안 된다’는 비판이 나왔다.

“지상군이 안 중요하다고 말한 게 아니지 않나. 한국은 해군, 공군에 비해 육군이 비대하다. 전시작전통제권이 미국에 있고, 해·공군은 미국이 워낙 좋으니 역할 분담을 한 측면이 있다. 현대전은 해·공군 중심으로 바뀌고 있다. 우리가 언제까지 전작권을 미국에 줄 것인가. 우리도 균형 잡힌 군대를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질문해야 한다. ‘육군 없애자는 거냐’는 1차원적 논의로 가지 말자.”

박태웅 민주연구원 집단지성센터장이 지난 4일 서울 여의도 민주당사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서성일 선임기자

박태웅 민주연구원 집단지성센터장이 지난 4일 서울 여의도 민주당사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서성일 선임기자

- ‘모두의 질문Q’는 어떻게 출범했나.

“지난해 5월 민주당 총선 당선인 워크숍에서 강연하면서 ‘청계천 구멍가게도 사업계획서가 있는데 수권 정당이 왜 그런 게 없느냐. 시민들에게 무엇이 문제인지 물어보라’고 했다. 몇 달 뒤 민주당에서 ‘녹서를 만들 테니 도우라’는 연락이 왔다. 총 기간을 10개월로 잡고 시작했다.”

- 그러다 12·3 비상계엄이 터진 건가.

“예상치 못하게 시간이 확 줄었다. 지금 만드는 것은 녹서 ‘베타(BETA)’ 판이다. 시간상 공론화 과정이 빠졌다.”

- 녹서의 제작 과정 및 최종 형태는 어떻게 되나.

“접수된 질문을 매일 AI로 상임위별로 나눈다. 불평등, 복지 등 경제 관련 질문이 많다. 녹서의 최종 형태는 책자다. 시대의 고민을 담은 질문을 뽑고, 그 맥락을 정리하는 형태가 되지 않을까. 인터넷에 저작권 없이 올려 누구나 보고 쓸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4월 초, 중순쯤 나올 것 같다. 녹서 발간 후 일정은 아직 당과 이야기하지 않았다.”

- 조기 대선이 현실화하면 60일이라는 짧은 기간에 선거를 치러야 한다.

“우리는 대선을 보고 만든 조직도 아니고, 그걸 목표로 하고 있지도 않다. 우리 것을 공약에 반영한다면 고마운 일이다. 한국은 토론하고 합의하는 공론화 경험이 적다. 이렇게 질문을 모아서 나와 같은 의문을 가진 사람이 많다는 것을 확인하고, 풀어야 한다는 공감대가 생기면 그 문제는 생명력을 갖는다. 집단 지성이다.

지금은 세금을 내는 시민들이 이야기할 공간이 없다. ‘모두의 질문Q’는 그런 공간이다. 정치는 한정된 자원을 어디에 배분할지 공론화 과정을 통해 결정하는 행위다. 그걸 한 줌도 안 되는 국회의원들에게 다 맡겨놓을 것인가. 아니면 각계각층의 이해관계를 다 쏟아부을 수 있는 통로를 만들 것인가. 원래 녹서는 정부에서 만드는 거다. 정부에서 안 하니까 여기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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