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위원장의 ‘민원 청부’ 의혹이 사실임을 뒷받침하는 핵심 관계자의 증언이 나왔다. 친인척의 민원 접수 사실을 미리 알지 못했다는 류 위원장의 주장이 거짓임이 드러난 것이다. ‘이해충돌방지법’을 정면으로 어겼음에도 류 위원장을 감싸는 데 급급해온 국민권익위원회는 즉각 재조사에 착수하고 경찰 수사도 속도를 내야 한다.
5일 열린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 증인으로 출석한 장경식 방심위 강원사무소장(당시 종편보도채널팀장)은 류 위원장 동생의 민원 신청 사실이 담긴 보고서를 위원장에게 “보고했다”고 밝혔다. 그간 보고 사실을 부인해온 장 소장은 ‘양심고백’ 이유에 대해 “사실과 다른 내용을 위원님들께 말씀드리면서 양심의 가책과 심적 고통을 많이 겪었다”며 “과방위에서 제가 잘못된 진술을 했기 때문에 여기에서 번복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장 소장은 또 권익위 조사에서 ‘류 위원장에게 보고하지 않았다’고 진술한 뒤 류 위원장이 “고맙다. 잘 챙겨주겠다”고 두 차례 말한 적 있다고도 했다.
류희림 ‘민원 청부’ 의혹은 2023년 9월 류 위원장의 친인척·지인들이 지난 대선 때 윤석열 후보의 ‘부산저축은행 부실 수사’ 관련 뉴스타파 녹취파일을 인용 보도한 방송사들을 심의해달라는 민원을 집중 제기하면서 촉발됐다. 방심위 직원들은 류 위원장의 이해충돌을 지적하는 보고서를 작성했고, 류 위원장의 심의 회피를 요구하는 글을 내부 게시판에 올렸다. 하지만 류 위원장은 모든 심의에 참여해 MBC 등 방송사 4곳에 대한 최고 징계를 주도했다. 방심위 직원들은 ‘사적 이해관계자를 통한 류 위원장의 민원 사주로 불공정 심의가 의심된다’고 권익위에 신고했으나, 권익위는 이를 방심위로 돌려보냈을 뿐 아니라 신고자들을 ‘정보 유출’을 이유로 경찰에 수사 의뢰까지 했다.
방송의 공공성을 위한 심의 업무를 맡은 방심위가 내부 심의 절차까지 무시해가며 권력 비판 보도를 징계한 건 언론자유를 훼손시킨 폭거이다. 잘못을 바로잡기 위해 나선 제보자를 보호해야 할 권익위와 경찰은 류희림 봐주기로 일관했다. 정 소장의 고백으로 참고인들 간 진술이 엇갈려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여부를 파악할 수 없다는 권익위의 논리는 무너졌다. 권익위는 즉각 재조사에 나서고, 경찰도 청부 민원을 통한 업무방해 혐의 수사에 속도를 내야 한다.
5일 열린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현안질의에서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장의 민원 사주 의혹과 관련해 ‘당시 종편보도채널팀장이 류 위원장에게 가족 민원 접수 사실을 보고했다’는 내용의 카카오톡 대화 내용이 공개되고 있다. 국회방송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