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일(현지시간) 워싱턴 연방의사당에서 상하원 합동연설을 하고 있다. 워싱턴|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일(현지시간) 집권 2기 첫 상·하원 합동연설에서 “한국의 평균 관세는 미국보다 4배 높다”며 “매우 불공정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국을 군사적으로, 아주 많은 다른 방식으로 도와주는데도 우방이 이렇게 하고 있다”고 했다.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는 경제든 안보든 동맹에 구애받지 않을 것임을 보여주는 것이자, 한국을 상대로 전방위적 압박에 나설 것임을 예고한 것이다.
트럼프는 한국의 관세가 4배라는 주장의 근거를 제시하지 않았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한국과 미국은 자유무역협정(FTA) 체결로 대부분 상품이 무관세다. 다음달 2일로 예고한 상호관세도 미국이 부과할 근거가 거의 없어, 비관세 장벽 등을 구실로 삼을 거라는 전망이 나오는 것도 그 때문이다. 미국이 예고한 철강·알루미늄·자동차·반도체·의약품 등 업종별 관세 부과 대상에 한국이 포함된 것을 비롯해, 트럼프가 미국의 무역적자액 8위인 한국을 정조준하고 있다는 점은 분명해졌다. 전 세계가 지켜보는 자리에서 사실이 아닌 수치를 제시하며 동맹국을 압박한 트럼프의 태도에 유감을 금할 수 없다.
트럼프는 전임 조 바이든 정부 때 제정된 반도체법을 “없애야 한다”고 했다. 미국에 반도체 공장을 짓는 기업에 보조금을 주는 이 제도가 폐지되면 삼성·SK하이닉스 등 한국 기업들 피해가 불가피하다. 당시 미 의회가 초당적으로 통과시킨 법마저 정권이 바뀌었다고 함부로 없앤다면 어느 나라 기업이 미국을 믿고 투자할 수 있나. 정부가 강하게 항의해야 한다. 트럼프가 미국에 안보를 의지하는 한국의 상황을 활용해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증액 등을 요구할 가능성도 커졌다.
대미 무역흑자국을 고율 관세로 압박한 뒤 개별 협상으로 최대 이익을 얻는 게 이른바 트럼프식 ‘거래의 기술’이다. 그러나 미국의 요구를 무턱대고 들어줄 수는 없다. 트럼프가 한국 등에 요청한 알래스카 천연가스(LNG) 파이프라인 개발 참여 문제도 마찬가지다. 440억달러(64조원) 규모인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는 트럼프가 애착을 갖고 있지만, 경제성이 불투명하다. 세계적 에너지 기업인 엑손모빌 등이 참여를 포기할 정도다. 한국이 LNG 구매처를 다변화하는 것은 필요하지만, 경제성을 따져 투자 여부를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
협상은 기본적으로 상호주의에 입각해 줄 건 주고, 받을 건 받아내는 일이다. 트럼프가 “조선 산업을 부활시키겠다”며 백악관 내 관련 조직 신설과 세제 혜택 제공 방침을 제시한 것은 한국엔 협상 수단이 될 수 있다. 한국이 미국 요구를 마냥 외면할 수 없지만, 그럴수록 정부는 의연하게 대처해야 한다. 미국이 잘못 알고 있는 것은 바로잡아주고, 부당한 일은 따져야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