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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구대 건너편

[임의진의 시골편지]탁구대 건너편

어릴 때 교회에 탁구대가 있었다. 동네 형들에게 배운 건 탁구보다 욕이나 부잡스러운 장난들이었지만 “탁구공 있냐잉. 그거 조깐 줘보그라잉.” 갓 낳은 계란이 오지듯 탁구공을 쥐게 된 형들이 나를 ‘있는 자’ 취급을 해주어 좋았었다. 똑같은 촌구석에 뒹구는데 ‘저소득층 아이들’과 ‘고소득층 자제들’이 따로 있는 것도 아니고, 뭐 그냥.

탁구를 할 때 보면 또 숨은 성격들이 나와. 내기를 하다 대판 싸우기도 했던 모양. 탁구공을 사다 나르던 목사님이 그만 중단하고 마을 회관에다가 탁구대를 기증했다. 형들이 이번에는 회관으로 죄다 출근을 했어. 탁구공이 부딪히는 딱딱 소리가 경쾌해 그 근처를 지나면 어김없이 탁구공 소리가 요란했다. 탁구공은 세게 맞을수록 소리를 내질렀고, 어떤 녀석은 탁~ 외마디에 허망하게 깨지기도 했지. 탁구공이 한 개뿐일 때 하필 공이 깨지면 게임도 아쉽게 끝. 다음에 탁구공을 사다가 바칠 ‘중요 임무 종사자’는 흔치 않았다. “탁구공 있냐잉. 혹시 남은 거 있는가 봐라잉.”

정기현의 단편소설 <슬픈 마음 있는 사람>을 읽다 보니 탁구 이야기가 살짝. “준영은 창고에서 새파란 이동식 탁구대를 꺼내왔다. 탁구대 바퀴가 굴러감에 따라 아이들의 고개도 천천히 돌아갔다. 준영은 의자와 탁자들을 한쪽으로 치우고 탁구대를 펼쳤다. 테이블 가운데 네트를 끼우고 라켓을 고른 뒤 하나는 기은에게 건넸다.”

보스락 장난 같은 이런 동선을 담은 글이 촘촘하고 자상하게 전개되는데, 마치 현장에 같이 있는 것만 같아. 가난과 슬픔 속에서 난처한 마음에 서성대던 이들에게 생기있는 탁구공의 ‘탁탁’ 소리는 치유가 되기도 했겠다. 새파란 탁구대를 펼치고 네트 건너편에 서 있던 그 사람. 그리운 옛 기억의 가족들도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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