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줄줄이 경고 발언
3대 지수, 이틀 연속 하락
엔비디아 등 기술주 타격 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촉발한 관세전쟁이 본격화하면서 미국 주식시장에 암울한 전망이 걷잡을 수 없이 번지고 있다. 월가에서는 관세전쟁 충격파의 규모를 예상하기 어려우니 주의해야 한다는 당부가 이어졌다.
세계 3대 사모펀드(PEF) 중 하나인 칼라일그룹의 하비 슈워츠 최고경영자(CEO)는 4일(현지시간) 뉴욕에서 열린 블룸버그 투자 콘퍼런스에서 주요 무역 상대국을 대상으로 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부과로 시장 변동성이 커질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안전벨트를 채워야 한다”고 말했다고 블룸버그 통신 등이 보도했다.
슈워츠 CEO는 “일회성 조치라면 물가에 한 번 영향을 미치는 데 그치겠지만 본격적 무역전쟁의 시작이라면 지속적인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글로벌 자산관리기업 라자드의 레이 맥과이어 사장은 이 행사에서 “적어도 현대에 들어 이런 수준의 관세를 본 적이 없다”면서 미국이 시작한 관세전쟁의 위험성을 지적했다. 로버트 루빈 전 미국 재무장관은 “관세장벽이 새로운 표준이 된다면 세계는 생산성과 효율성이 떨어지며 경제적 효과도 나오지 않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태를 예의주시하되, 신중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도 나왔다.
뉴욕증권거래소(NYSE) 그룹 린 마틴 회장은 “두 발짝 물러서서 상황을 보고, 누구도 당황하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JP모건의 미국 증시 전망은 부정적으로 바뀌었다. 이날 고객보고서를 보면 JP모건은 미국의 관세 부과로 국내외 성장에 부담을 주면서 미국 증시의 손실이 확대될 것으로 예측했다.
소시에테 제네랄의 알랭 보콥자 글로벌 자산관리 책임자는 “글로벌 무역전쟁은 모든 참여자가 패자가 되는 게임”이라면서 “어떤 나라가 상대적으로 더 많은 것을 잃을 수 있지만 결국 모든 나라가 잃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이날 뉴욕증시의 3대 지수는 모두 하락했다.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670.25포인트(1.55%) 내린 42520.99에,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는 71.57포인트(1.22%) 내린 5778.15에, 나스닥지수는 전장보다 65.03포인트(0.35%) 내린 18285.16에 각각 마감했다.
이들 3대 지수는 전날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부과를 강행하겠다고 예고하면서 하락 마감했는데, 실제 캐나다·멕시코·중국에 관세가 부과되고 이들 국가가 보복 대응을 발표하면서 이틀 연속 하락했다.
미국 CNBC는 특히 빅테크를 포함한 기술주가 타격을 입고 있다고 전했다. S&P500 기술 섹터는 약 1% 내려 전날 3.5%에 이어 약세를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하락폭이 7.6%로 커졌다. 인공지능(AI) 대장주 엔비디아는 전날 9% 넘게 하락하는 등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에 재입성한 이후 17% 넘게 급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