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려대학교 학생들이 5일 서울 성북구 고려대 내 법학관 건물 앞을 걸어가고 있다. 건물 입구엔 ‘신입생 여러분 입학을 환영합니다!’가 적혀있다. 최경윤 기자
대학가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 찬성·반대 집회에 극우 세력 등 외부인이 난입해 폭력 행위가 난무하는 상황이 계속되면서 대학에 첫 발을 내딛는 신입생들이 긴장하며 두려워하고 있다. 신입생들은 “무섭다” “정치적 발언을 하는 게 조심스럽다”고 말했지만, 일부는 “그럼에도 필요한 목소리는 내야 한다”고 했다.
지난 4~5일 서울지역 대학가에서 만난 신입생들은 새학기 시작 전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에 참석하기 위해 대학교에 왔다가 탄핵 반대 집회를 목격하고 놀랐다고 입을 모았다. 지난달 26일 오리엔테이션에 참석하려고 학교에 갔다가 탄핵 반대 시국선언 현장을 본 이화여대 신입생인 변채영씨(19)는 “소리만 들었는데도 무서웠다”며 “선배들이 함께 있어서 그래도 안심했다”고 말했다. 한양대 수학과 신입생인 김모씨(21)는 “대학 온라인 커뮤니티를 보니 극단적인 글이 많았다”며 “함부로 정치 성향을 밝히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최근 대학 내에선 윤 대통령 탄핵을 촉구하는 대학생들의 집회와 탄핵을 반대하는 집회가 동시에 열리고 있다. 이 과정에서 극우 세력 등 외부인이 난입해 학생들에게 욕설·폭력을 저지르는 일이 잇따르면서 대학 내에선 공포 분위기가 일고 있다.
험악한 상황 속에서도 “대학생으로서 할 말은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고려대 중어중문학과 신입생 정모씨(19)는 “탄핵 반대 집회 참여자들이 욕하고 소리 지르는 등 과격한 모습에 놀랐지만 그래도 (탄핵 찬성에 대한) 정치적 발언을 하는 것에 주저함을 느끼진 않는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당연히 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성북구 고려대학교 게시판에 5일 각종 학회, 동아리 등 모집 게시물이 붙어있는 가운데 재학생들이 다음 날 열리는 윤석열 대통령 파면 촉구 시국선언에 참여할 것을 호소하는 포스터를 붙이고 있다. 한수빈 기자
외부인들의 학내 난입에 대해 학교당국의 선제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는 요구도 이어졌다. 서울대 교육학과 신입생 A씨(19)는 “교내에 들어오는 외부인들의 시위를 전혀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위험성이 더 크다고 본다”며 “외부인 출입은 막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화여대 신입생 육정민씨(19)도 “안전 문제에 대비할 수 있도록 학교당국이 사전에 집회 움직임을 잘 관찰하고 대응하는 게 필요하다다”고 말했다.
계속되는 대학 내 탄핵 찬·반 집회와 외부인 출입 문제를 두고 대학들은 교내 집회 금지 및 외부인 출입 통제 등을 고심하고 있다. 서울대는 학내 집회 사전 신고서 제출 의무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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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에서 만난 교수 김모씨(49)는 “학문의 상아탑에 갇히지 않고 본인의 소신 발언을 하는 것은 학생의 책임이기도 하다는 점에서 학생들의 탄핵 찬성 시국선언을 지지한다”며 “학교 차원에서 잘 안내해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오는 6일엔 고려대와 숙명여대에서 윤 대통령 즉각 파면을 촉구하는 대학생·교수 등의 2차 시국선언이 예정돼 있다. 윤 대통령 탄핵 반대 시국선언도 같은 날 한성대, 7일 성결대·인하대·인천대, 8일 한양대 등에서 이뤄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