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차별’ 등 쟁점 작년부터 언급 안 해
‘범정부 노력’ 등 적극적 표현도 실종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의 여성가족부. 이준헌 기자
여성가족부가 3·8 여성의 날을 맞아 “함께 일하고 함께 돌보는 양성평등사회 실현을 위해 힘써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부터 여가부가 여성의날 메시지에 국가경쟁력이나 저출생 극복을 강조하고, 젠더갈등 등 민감한 쟁점을 우회해 메시지를 내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신영숙 여가부 차관은 6일 여성의 날 기념 메시지에서 “돌봄과 일·가정 양립 지원으로 당면한 저출생 위기 극복에 기여할 수 있도록 정책적 역량을 집중해 나가겠다”고 했다. 2022년 문재인 정부에서 쓰였던 ‘성평등’ 표현은 2023년 이후 3년째 ‘양성평등’으로 대체됐다.
올해 여가부 메시지에는 여성의 경제활동과 사회참여 촉진, 돌봄과 일·가정 양립 지원 강화를 통한 저출생 극복, 딥페이크 성범죄와 교제폭력 대응 등이 담겼다. 이중 일·가정 양립과 묶어 저출생 극복을 강조한 점은 지난해 여성의날 메시지에서 여성의 사회참여를 국가경쟁력 향상의 수단으로 간주한 대목과 유사하다. 지난해 여가부는 여성의날 메시지에서 “(여성의 사회 참여 확대가) 생산가능인구 감소라는 인구위기 속에서 국가경쟁력을 지킬 수 있는 하나의 돌파구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여가부가 여성의날 메시지에서 저출생 극복을 언급한 것은 지난해부터다. 이전까지 여가부는 저출생 언급 없이 “노동시장 성별 격차 해소를 위해 여성 고용 위기 극복 대책들을 적극 추진하겠다”(2021년) 등 여성의 어려움에 방점을 찍었다.
또 피해자 중심주의, 성평등 인식 격차 등 민감한 쟁점은 지난해부터 여가부 메시지에서 사라진 것으로 보인다. 2023년 3월 메시지에선 “확고한 피해자 중심주의 원칙하에, 디지털 시대의 위협으로 떠오르고 있는 신종 성범죄에 신속히 대응하겠다”(김현숙 장관)는 내용이 담겼다. 여가부는 2022년 3월 여성의날 메시지에선 “고도의 경쟁문화 속에서 상호 이해와 소통, 배려와 공존의 가치가 약화되면서 성평등에 대한 청년들의 인식 격차도 커지고 있다”(정영애 장관)며 청년들의 부담 경감에 나서겠다고도 했다.
- 사회 많이 본 기사
2019년에는 낙태죄 폐지, 구조적 성차별이 언급됐다. 당시 진선미 장관은 여성의날 메시지에서 미투 운동을 거론하며 “불법촬영 근절, 낙태죄 폐지 등을 요구하는 여성들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며 “폭력을 유발하는 구조적 성차별을 해소하고 성별과 관계없이 인간으로서의 존엄성과 권리를 보장받는 사회를 실현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했다.
여가부 폐지론이 팽배했던 윤석열 정부 초반에도 ‘범정부가 노력해야 한다’며 성평등 정책에 여러 부처가 동참하자는 여성의날 메시지가 나왔지만 이같은 적극성은 더 이상 찾아보기 어려워졌다. 여가부는 올해 메시지에서 “양성평등사회 실현을 위해 최선을 다해 나가겠다”고만 했다. 김현숙 전 장관은 2023년 성별임금격차, 여성 국회의원 비율, 성폭력 피해율 등 구체적 수치를 언급한 뒤 “조금 더 나은 사회를 만들어나가기 위해선 여가부를 비롯한 범정부적인 차원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