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싱크탱크 ‘인플루언스맵’ 분석 결과
사우디 아람코, 2023년 16억5600만t 배출 ‘최다’
상위 20곳 중 16곳이 국영…중국, 23% 차지

지난달 26일 중국 랴오닝성 판진에 위치한 화진아람코석유화학 프로젝트 건설 현장에 한 직원이 서 있다. 신화통신연합뉴스
전 세계에서 화석연료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 배출량 중 절반이 단 36개 기업에서 발생한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국제적 기후 싱크탱크인 인플루언스맵은 36개 주요 화석연료 기업이 2023년 200억t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해 전 세계 화석연료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절반 이상을 만들었다는 내용의 ‘탄소 메이저 보고서’를 지난 5일 발표했다. 사우디 아람코, 코얼 인디아, 엑슨모빌, 쉘 및 다수 중국 국영기업이 가장 많은 이산화탄소를 배출한 기업으로 조사됐다. 탄소 메이저 보고서는 169개 기업이 2023년 배출한 339억t의 이산화탄소를 분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이산화탄소를 가장 많이 배출한 상위 20개 기업 중 16곳이 국영 기업이었다. 특히 CHN 에너지, 진능 그룹, 시멘트, 중국석탄석유공사 등 중국 국영회사들이 전 세계 화석연료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23%를 차지했다. 67개의 국영기업이 99개 민간기업보다 두 배 이상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한 것으로 파악됐다.
민간기업 중에는 미국의 석유회사인 엑슨모빌(5억6200만tCO2e)과 쉐브론(4억8700만tCO2e), 영국 에너지기업 쉘(4억1800만tCO2e), 프랑스 에너지회사 토탈에너지스(3억5900만tCO2e), 영국 석유회사 BP(3억4700만tCO2e) 순으로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많았다.
데이터에 포함된 169개 기업 중 93개 기업에서 2022년보다 2023년 배출량이 증가했다고 연구진은 말했다. 3개 기업은 같은 양을 배출했고, 73개 기업만이 배출량을 줄였다.

2023년 이산화탄소 배출량 상위 10개 기업
석유, 석탄, 천연가스 중 가장 많은 배출량을 만든 연료는 석탄으로 조사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화석연료로 인한 이산화탄소 배출량중 41.1%가 석탄으로 인해 발생했다. 석탄으로 인한 이산화탄소 배출은 2016년 이상 꾸준히 늘어난 것으로 보고됐다.
보고서를 쓴 에멧 코네어 인플루언스맵 선임연구원은 “전 세계의 기후변화 대응 노력에도 세계 최대 화석연료 생산업체 중 소수의 그룹이 이산화탄소 생산량과 배출량을 크게 늘리고 있다”며 “연구는 화석연료를 생산하는 기업들이 기후위기에 미치는 막대한 영향을 드러낸다”고 말했다.
‘화석연료 확산 금지조약 이니셔티브’ 공동의장 제포라 베르만은 “이윤에만 몰두하는 기업들은 결코 자발적으로 배출량을 줄이지 않을 것”이라며 “전 세계 정부는 화석연료 기업들이 영영 지구를 망쳐버리기 전에 화석연료 확장을 막아야 한다”고 했다.
2018년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가 발표한 ‘1.5℃ 특별 보고서’에 따르면 2100년까지 지구 평균기온 상승 폭을 1.5℃ 이내로 제한하기 위해서는 2030년까지 전 지구적으로 온실가스 배출량을 45% 이상 감축해야 한다. 전 세계 화석연료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다.

화석연료 탄소 배출량(1854~2023년)
전 세계 화석연료 탄소 배출량 중 각 분야가 차지하는 비중. 검정색은 석탄, 붉은색은 석유, 파란색은 천연가스, 회색은 시멘트가 차지하는 양. 인플루언스맵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