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2위 대형마트 홈플러스의 법정관리 후폭풍이 커지면서 대주주인 ‘MBK파트너스’에 대한 비난이 높아지고 있다. 기업을 인수한 뒤 법원에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하기까지의 행태를 보면 “무책임한 투기자본의 먹튀 경영”이란 비판을 받아도 지나치지 않다. 김병주 MBK 회장 등 대주주의 사재 출연을 비롯해 엄중한 자구노력을 촉구한다.
홈플러스는 지난 4일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하기 열흘 전까지 법인은 물론 개인투자자를 대상으로 기업어음(CP) 등을 팔았다. 지난달 21일 만기 6개월의 CP와 전자단기사채를 70억원 발행하는 등 올 들어서만 745억원의 단기사채를 발행했다. 그러다 지난달 28일 신용등급이 하락하자 나흘 만에 법원에 손을 내민 것이니, 망하기 직전까지 투자를 받아놓고 ‘먹튀’한 셈이다. 이해당사자들에게 먼저 사정을 설명하는 절차도 없이 군사작전이라도 하듯 심야에 온라인으로 회생 신청을 한 것도 납득하기 어렵다. 회생절차 개시로 채권·채무가 당분간 동결되면서 홈플러스는 단기 상환 부담을 덜게 됐지만, 금융기관과 투자자들이 경영손실을 대신 떠안게 됐다.
국내 최대 사모펀드 운용사인 MBK는 홈플러스를 2015년에 인수한 뒤 기업의 실질적 성장보다는 투자자금 회수에 몰두해왔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인수 당시 인수자금 7조2000억원 중 5조원을 홈플러스 명의로 대출받았다. 과도한 차입금으로 인한 이자 부담이 컸던 데다 온라인 쇼핑몰에 밀리면서 위기가 깊어졌지만 대주주는 자산을 팔아 빚을 갚는 데 쓰며 경쟁력을 스스로 갉아먹었다. MBK가 홈플러스를 인수한 이후 영업이 종료됐거나 종료를 앞둔 점포는 25개에 달한다. 알짜배기 점포도 가리지 않고 팔아치우면서 홈플러스 매출은 급감했고 수익성도 악화했다.
홈플러스 직원 2만여명과 협력업체들은 인력 감축, 점포 폐점 등 위기에 몰려 있다. 홈플러스 상품권을 받지 않는 매장이 증가하면서 소비자들은 ‘제2의 티메프’ 사태를 우려하고 있다. 그럼에도 김병주 회장은 사재 출연 등 자구노력을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 ‘투기자본의 먹튀 경영’의 본보기다. 사태 수습을 위해 대주주 사재 출연 등 책임 있는 조치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정부와 정치권도 사태 수습에 힘써줄 것을 당부한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사모펀드의 기업 인수에 대한 감시와 규제책을 강화하는 방안도 마련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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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K 김병주 회장

홈플러스가 서울회생법원에 기업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한 지난 4일 서울 시내 한 홈플러스 매장의 모습.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