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가 간 법적 분쟁을 해결하는 유엔 주요 사법기관인 국제사법재판소(ICJ) 재판관을 뽑는 선거에 한국인이 처음으로 출마한다. 6일 외교부에 따르면, 백진현 서울대 명예교수(사진)가 2026년 말 실시될 ICJ 재판관 선거에 입후보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풍부한 국제재판 경험과 학문적 배경을 보유한 국제법 전문가로 ICJ 재판관으로서 최적의 후보자”라고 말했다.
국제해양법재판소(ITLOS) 재판관·소장을 역임한 백 교수는 다수 국가 간 중재 사건에서 재판관 또는 재판장을 맡아왔다. 이런 기여를 국제적으로 인정받아 1873년 설립된 세계적 권위의 학술협회인 국제법학술원에서 유일한 한국인 종신회원으로 선출되기도 했다.
네덜란드 헤이그에 있는 ICJ는 1945년 유엔 헌장에 근거해 설립된 상설 국제법원으로, 여기서 내려진 결정은 법적 구속력을 갖는다. 순수 법리적 사안뿐 아니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미얀마 로힝야족 학살,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대량학살 등 민감한 정치·외교적 갈등 현안들을 다루면서 그 국제적 영향력이나 관심도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일본이 독도 영유권 문제를 회부해 판단을 받자고 주장하는 곳도 ICJ다.
외교부 당국자는 “한국의 법치주의와 민주주의 발전 경험을 바탕으로 국제법 분야에서 기여를 하기 위해 언젠가는 ICJ 진출이 필요하다고 판단했고, 지금이 바로 그 적기”라고 말했다. 외교부는 향후 2년에 걸쳐 진행될 선거 캠페인을 다각도로 지원할 방침이다.
ICJ는 각기 다른 국적의 재판관 15명으로 구성되며, 선거는 유엔 총회와 안전보장이사회가 동시에 투표를 진행해 양측에서 각각 정원의 절반 이상이 동의하면 최종 당선된다. 재판관 임기는 9년이며 연임이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