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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과 계몽, 헌법과 풍경

[이갑수의 일생의 일상]계엄과 계몽, 헌법과 풍경

국어사전은 풍경을 ‘산이나 들, 강, 바다 따위의 자연이나 지역의 모습’으로 풀이한다. 이 문장에는 ‘눈앞’이 빠져 있다. 풍경은 내가 보는 눈앞의 광경일 수밖에 없다. 언제나 눈앞은 문제적이다. 늘 빤한 것 같아도 결코 뻔하지 않은 깊숙하고 은밀한 공간. 사물과 사실이 항상 활활 타고 있는 장소.

저기 저 눈앞의 자연은 탄복할 만한 재주를 지녔다. 천하 만물에게 자신을 동시에 아낌없이 나누어 주면서도 손톱만큼의 충돌도 없이, 현 사태를 유지 관리하는 자연의 경영술이 아닌가. 자연은 시시각각 엄청나게 변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바라보는 이들을 안심시키느라 안간힘을 다해 안 변하는 척, 정말 고수의 묘기를 부리고 있는 것.

언제나 늠름한 나무여, 어제 그대로네. 방심하다간 큰코다친다. 어느 날 나름 생활(生活)에 열중하고 있는 나를 움푹 삽으로 떼내어, 지금 믿고 감탄하며 바라보는 저 풍경의 한구석으로 매정하게 데리고 가서 나무 밑에 매장해버리는 게 또한 자연의 성질 아닌가.

누구나 알다시피 지금 우리 사회에는 굉장히 중요한 헌법 재판이 진행되고 있다. 세상의 재판은 소송의 당사자인 원고와 피고가 판사 앞에서 자신의 행위가 옳음을 증거와 논리로 싸운다. 그날의 어이없는 사태를 생중계로 보았듯 이 말싸움을 재판관만 지켜본 건 아니다. 법정은 거의 실시간으로 중계되어 주권자들도 저마다 마음의 평결을 내리고 있을 것이다.

양측이 수없이 주고받은 말의 공방에서 두 단어가 이목을 끌었다. 피청구인단은 계엄이 곧 계몽이라고 했다. 계몽은 ‘지식수준이 낮거나 인습에 젖은 사람을 가르쳐서 깨우침’이란 뜻이다. 글쎄, 손바닥마다 컴퓨터를 쥐고 다니는 마당에 누가 누구를 계몽한다는 말인가. ‘눈앞’의 저 무궁함을 모른 채, 뻔하다고만 여기다가 그만 자백하고 말았다. “나는 계몽되었습니다.”

소추인 측은 마지막 변론에서 “세상 풍경 중에서 제일 아름다운 풍경, 모든 것들이 제자리로 돌아가는 풍경”을 언급하며 일상의 회복을 소망했다. 풍경은 風景이다. 왜 바람 풍(風)을 쓸까. 제아무리 단단한 경치도 결국 바람에 사라질 운명이라는 암시일까. ‘風 속의 虫’처럼 바람 속의 벌레가 되어 생각해본다. 눈앞을 보면, 저 풍경도 나를 보고 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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