굉음 후 ‘쾅’ 주민들 “전쟁 난 줄 알았다”…온마을이 쑥대밭

입력 2025.03.06 21:41

수정 2025.03.06 22:30

김태희 기자 오동욱 기자 박정연 기자
외 1명
주영재 기자

근처 지나가던 트럭 탑승자 2명, 갑작스러운 폭발에 ‘중상’

“폭발 현장서 500m나 떨어져 있었는데도 파편 날아와” 아찔

군, 안전사고 우려 출입 통제…이재민들 인근 리조트로 피신

아수라장 된 마을 한·미 연합훈련 도중 전투기 폭탄이 경기 포천시 이동면 노곡리 민가에 떨어지는 사고가 발생한 6일 공군 소속 조사관이 파손된 주택을 조사하고 있다(왼쪽 사진). 오폭 사고로 차량(오른쪽 위)과 상가 유리창이 손상돼 있다. 포천 | 권도현 기자·독자 제공

“정말 전쟁이 난 줄 알았어요.”

6일 오전 공군 전투기가 오인 발사한 폭탄이 떨어진 경기 포천시 이동면 노곡리 주민 A씨는 “폭탄이 떨어진 곳에서 20m 정도 거리에 집이 있는데, 지붕이 무너지고 유리창도 깨지고 나무도 다 부서졌다”며 “현장에 가보니 검은색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고 말했다.

현장은 말 그대로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오폭된 폭탄 8발 중 3발이 군부대 인근에, 5발이 마을 외곽에 있는 성당 주변에 떨어졌다. 이 5발 중 1발은 성당 건너편 민가 지붕을 ‘직격’했다. 다른 4발 중 2발이 도로 위에, 2발이 민가와 성당 바로 옆에 떨어졌다.

폭탄이 떨어진 민가는 지붕이 파괴되고 천장이 무너져내렸다. 도로의 아스팔트는 완전히 파였고, 상수도관이 터져 물이 사방으로 흘러내렸다. 폭발 지점 주변 도로 가드레일과 나무도 모두 파괴되면서 거대한 공터처럼 변했다. 폭탄이 떨어질 당시 도로에는 트럭 1대가 지나가고 있었다. 폭발 충격으로 트럭은 그대로 4~5m를 튕겨나가 수로에 처박혔다. 이날 발생한 부상자 15명 중 중상자 2명이 바로 이 트럭에 타고 있던 주민들이다.

폭발 충격이 휩쓸고 간 마을 풍경은 처참했다. 집 여러 채의 지붕이 무너졌고, 거실 창문과 현관문이 파손된 집도 여러 곳이었다. 마을 성당은 외벽이 뜯기고 금이 갔다. 한 주민은 “집이 폭발 현장에서 500m 정도나 떨어져 있는데도 파편이 날아왔다”고 말했다.

인근 주민 이광휘씨(73)는 손님을 만나기 위해 마을을 찾았다가 사고를 목격했다. 이씨는 “두 번 ‘꽝’ 하는 소리가 났다. 땅이 울리고 난리가 났는데, 동네 가정집마다 피해를 봤을 것 같다”고 말했다.

다수의 폭탄이 민가와 그 주변에 떨어졌음에도 사망자 없이 피해가 이 정도에 그친 것이 그나마 ‘천운’이었다. 폭탄이 조금만 방향을 틀어 마을 안쪽 마을회관 주변에 떨어졌다면 대형 참사가 발생할 뻔했다.

현장 주변에 있던 주민 대다수는 “폭탄의 폭발음에 전쟁이 난 줄 알았다”고 말했다. 포천이 군사접경지역이라 늘 긴장 상태에서 살기 때문이라고 했다. 주민 김모씨(54)는 “쾅 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잠깐 전기가 나갔다”면서 “아들이 옥상에 올라가 멀리서 연기가 피어오르는 걸 봤다. 이웃들은 전쟁이 난 줄 알았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군에서 사격 훈련 내용을 제대로 알려주지 않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인근에 있는 승진사격장 민군대책위 사무국장인 오선길씨(65)는 “훈련 일정을 주민에게 미리 알려주는데, 이번 일정은 일반 자주포 사격이라고 (군이) 거짓말을 했다”고 주장했다.

일부 주민들은 국방부 관계자에게 거세게 항의하기도 했다. 이 피해 마을 이장은 “대책을 세워줘야지 뭐 하는 건가, 주민대표는 만나보지도 않는 것인가”라고 말했다. 그는 “합의 다 봤다면서 헛소리를 하고 있다”며 “어떤 조치를 취해줘야 할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토박이인 이종희씨(74)는 “집 현관과 지붕이 다 깨지고 날아갔다”면서도 “재산 피해는 복구되면 그만이니 더 이상 인명 피해가 없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공군 전투기 오폭 사고

군과 소방당국은 건물 붕괴 등 안전사고를 우려해 현재 마을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안전진단과 현장감식, 청소 등 절차가 마무리되는 대로 통제를 해제할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주민들은 “언제 집에 들어갈 수 있느냐”며 항의하기도 했다.

포천시 관계자는 “통제구역 내 거주 중인 주민들이 50명가량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며 “마을 주변 리조트에 객실 20개를 대여해 이재민들이 하룻밤 묵을 수 있게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경기도는 부상자 등 피해 주민에게 긴급생활안정비를 지급하고 건축물 정밀안전진단 및 개보수, 심리상담 등 지원 대책을 세웠다고 밝혔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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