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6일 부산 강서구 부산신항 홍보관을 찾아 설명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김두관 “분열 조장 이중성”
고민정 “공든 탑 무너뜨려”
통합 노력 진정성 의구심
‘비명계 정도껏’ 경고성으로
녹화 ‘의도적 공개’ 분석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023년 자신에 대한 국회 체포동의안 가결이 민주당 일부 의원과 검찰의 “짜고 한 짓”이었다고 밝힌 것을 두고 당내 후폭풍이 확산하고 있다. 비이재명(비명)계를 중심으로 “악수 중에 악수” “표리부동”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조기 대선을 염두에 둔 이 대표의 통합 행보에 악영향이 불가피해 보인다.
비명계 원외 주자인 김두관 전 의원은 6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이번 논란으로) 많은 분이 이 대표의 표리부동한 이중성을 봤다고 한다”며 “당 대선 주자들과 릴레이 회동하며 말한 통합이 거짓말이고, 쇼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고민정 의원도 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 대표가) 바둑으로 치면 진짜 악수 중에 악수를 둔 것”이라며 “대한민국을 통합시키는 지도자 면모를 갖춰간다는 메시지를 주고 있다고 봤는데, 어제 발언으로 공든 탑들이 가려지게 돼버릴 것 같다”고 말했다.
박지원 의원도 아쉬움을 전했다. 그는 SBS 라디오 인터뷰에서 “통합 행보를 하면서 구태여 그런 말을 할 필요가 있었을까”라며 “이러한 문제가 당내에서 또 부각될 수 있으니 미리 못을 박고 가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개혁신당에서도 비판이 나왔다. 이준석 의원은 SNS에 “(체포동의안에 따른 구속영장은) 기각이 났어도 꽁한 마음이 남아 있다는 것을 자인하는 것”이라며 “전 세계에서 유례없이 본인이 이긴 선거조차 부정선거라고 주장하던 뒤끝 있는 윤석열 대통령의 모습이 떠오른다”고 적었다.
일부에서는 의도된 발언이라는 해석도 제기된다. 이번 방송이 지난 3일 녹화해 5일 공개된 데다, 이 대표가 해당 발언의 편집 등을 요구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비명계를 겨냥한 계산된 발언일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한 의원은 “이 대표에게 비명계가 그간 사과와 통합을 요구했는데, 근본적으로 비명계에도 문제가 있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라며 “정도껏 하라는 견제가 아닌가”라고 말했다. 비명계 한 관계자는 “비명계에서 야권 통합 오픈프라이머리 등을 요구하니 이에 대한 대응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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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후 이어질 당내 통합 행보에는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최근 조기 대선을 앞두고 복수의 문재인 정부 청와대 고위급 인사가 합류한 경선 캠프를 꾸리고 있다. 소규모로 구성될 캠프에 친이재명(친명) 색채가 덜한 인사들을 포함해 다양성을 확보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당 관계자는 “이번 논란으로 통합을 위한 다른 노력들이 진정성을 의심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부산을 방문한 이 대표는 일정 중 하나로 송기인 신부를 만나기로 했으나, 송 신부의 건강상 이유로 만남이 취소됐다. 송 신부는 노무현 전 대통령과 문재인 전 대통령의 멘토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 대선 경선 당시 이낙연 후보의 공동후원회장으로 활동했다. 이 때문에 당내 통합을 염두에 둔 일정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