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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속 취소’에 윤석열 지지자들 다시 관저 앞으로…태극기·성조기 들고 ‘의기양양’

법원 결정 직후 지하철 한강진역에 무리 지어 등장

지지자들, 확성기 들고 “빨갱이 사형” 등 막말·고성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구속 취소가 결정되자 지지자들이 7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인근으로 모여들고 있다. 박정연 기자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구속 취소가 결정되자 지지자들이 7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인근으로 모여들고 있다. 박정연 기자

법원에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구속 취소를 인용했다는 소식이 알려진 직후인 7일 오후 2시 50분. 서울 지하철6호선 한강진역에는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무리를 지어 등장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공산당이 싫어요!” “윤석열 대통령”을 연호하며 인근에 있는 용산구 한남동 윤 대통령 관저로 향했다.

지하철역을 빠져나와 관저로 향하는 인도와 육교는 지지자들의 태극기와 성조기로 대열이 만들어졌다. 관저 인근에는 확성기를 든 지지자들이 이미 자리를 잡았다. 한 지지자는 확성기로 이재명·박범계·정청래 등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의 이름을 읊으면서 “다 죽여야 돼!” “빨갱이들을 사형하라”고 외쳤다.

한남동에 다시 모인 지지자들은 의기양양한 얼굴로 “윤석열 대통령!” “대통령이 이겼다”라고 외쳤다. 얼굴에 웃음기가 가득한 지지자들은 윤 대통령에 대한 구속 취소 결정을 듣자마자 달려 나온 듯했다. 한 노인은 20~30대 정도로 보이는 남성 유튜버가 보이자 “넌 어디서 왔냐?”고 물었다. 유튜버가 “같은 편!”이라고 외치자 둘은 원래 잘 알고 지낸 것처럼 얼싸안았다.

이들은 관저로 향하는 골목에 자리한 한남초등학교 앞에서 “윤석열 즉시 석방” 등의 구호를 외치며 윤 대통령의 관저 복귀를 기다렸다. 지지자들이 몰려들자 경찰은 10대 이상의 기동대 차량과 펜스로 지지자들의 도로 난입을 막아서고 관저로 향하는 길목 등을 차단했다.

윤 대통령 지지자들은 “경찰 똑바로 해! (공수처장)오동운 체포해!”라고 외치고, 한 여성 지지자는 “몇 달째 참고 있는데 너네(경찰) 언제까지 이럴 수 있는지 보자“ ”편파경찰“이라며 경찰에게 목청 높여 항의했다. “다 끝났어요, 젊은 친구들 수고 많이 했어요”라며 교통 정리하는 경찰을 다독이는 여유를 보인 노인도 보였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구속 취소가 결정되자 지지자들이 7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인근으로 모여들고 있다. 박정연 기자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구속 취소가 결정되자 지지자들이 7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인근으로 모여들고 있다. 박정연 기자

의기양양 지지자들 “겨울은 추웠는데, 오늘 아주 따뜻해”

이날 지지자들이 몰려든 오후 3시 30분 무렵은 한남초 하교 시간과 맞물렸다. 학생들과 보호자들은 학교를 빠져나오며 윤 대통령 지지자들의 모습을 호기심 어린 모습으로 쳐다보거나 무서워하며 걸음을 빠르게 옮겼다.

이날 오후는 영상 9도 가까이 오르며 포근했다. 밝은 얼굴로 윤 대통령 구속 취소 사유에 관해 이야기하던 한 지지자는 “겨울은 너무 추웠는데 마침 오늘은 날이 아주 따뜻하네”라고 옆에 있던 다른 지지자에게 말했다.

지지자들이 모여 집회 참가 인원이 계속 늘어나자 준비된 연단 위에서 마이크를 잡고 한마디씩 하려는 이들이 계속 등장했다. 한 남성은 “윤석열 대통령의 환영하는 사람들 다 여기 모입시다! 오늘 저녁 9시 뉴스 화면에 엄청난 모습 보여주면 그게 다 여론이 되는 겁니다! 한남동으로 모이자!”라고 외쳤다.

윤 대통령 지지 집회에 꾸준히 참석하는 주옥순 엄마부대 대표는 ‘구속 취소’를 결정한 서울중앙지법 형사25부 지귀연 부장판사의 이름을 거론하며 “감사합니다”라고 연신 외쳤고, 다른 지지자들도 환호했다. “이것이 민심·천심 아닙니까!” 주 대표가 외치자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구속 취소가 결정되자 지지자들이 7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인근에서 “윤석열 대통령님 고생하셨습니다”라는 글이 적힌 팻말을 들고 있다. 박정연 기자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구속 취소가 결정되자 지지자들이 7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인근에서 “윤석열 대통령님 고생하셨습니다”라는 글이 적힌 팻말을 들고 있다. 박정연 기자

‘구속 취소’에 “승전고 울렸다”며 승리감…“탄핵 기각 승부처 만들자”며 주말 집회 독려

흥분한 지지자들은 집회를 통제하고 있는 경찰관들에게 손찌검하기도 했다. 한 태극기를 든 남성은 “빨갱이 경찰 꺼지라!”며 경찰관의 멱살을 잡았다. 그 순간 10여명의 지지자들이 몰려들어 “빨갱이”라고 소리치며 위협하기도 했다. 한 20대로 보이는 남성 지지자가 “저도 윤 대통령 석방을 응원하러 온 사람입니다”라며 위협적인 상황을 말리려고 하자 도리어 이 남성에게 소리를 내지르는 이들도 보였다.

한남동은 지난 1월 두 차례의 체포영장 집행을 전후해 보여준 혼란스러운 상황이 다시 재연되려 했다. “준법시위” “오늘만은 기자와 경찰과 싸우지 말자”라고 외치며 차분함을 요구하는 이들도 있었지만, “우리가 한 번 죽지 두 번 죽습니까!”라고 외치는 이들의 목소리가 더 힘이 있어 보였다.

이날은 한남동에 모여든 이들에겐 ‘승리의 날’이었다. 한 남성 지지자는 “존경하는 여러분! 우리는 오늘 승전고를 울렸습니다!”라고 외쳤고, 승리감에 젖은 듯한 표정을 짓는 지지자들이 서로를 격려하고 소리 지르며 자리에서 발을 굴렀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구속 취소가 결정되자 지지자들이 7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인근에 모여 탄핵 소추안에 찬성한 국민의힘 의원 등을 비판하는 ‘배신자송’을 부르고 있다. 박정연 기자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구속 취소가 결정되자 지지자들이 7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인근에 모여 탄핵 소추안에 찬성한 국민의힘 의원 등을 비판하는 ‘배신자송’을 부르고 있다. 박정연 기자

오후 4시 20분쯤이 되자 관저 앞은 경찰과 취재진을 제외하면 윤 대통령 지지자들밖에 없어 보였다. 이들의 상징물이 된 태극기와 성조기는 모두의 손에 들려있었고, “이재명 깜빵이나 가라!”는 원색적인 비난이 울렸다. 이들은 또 김상욱·김예지 국민의힘 의원 등 윤 대통령 탄핵 소추안에 찬성표를 던진 이들의 이름을 읊는 ‘배신자송’과 “이 목숨보다 죽음이 먼저”라는 장중한 분위기의 노래를 합창하기도 했다.

이들은 오는 8일 종로구 광화문 일대에서 대규모 집회 참여를 독려했다. 한 지지자는 “내일 광화문 집회를 1000만으로 만들어야 기세가 계속된다”며 “탄핵 기각의 승부처로 만들자”고 말했다.

한남동 관저 인근에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모인 것은 지난 1월 15일 체포영장 집행으로 윤 대통령이 서울구치소로 이동한 뒤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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