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학생 복귀 및 의대교육 정상화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휴학한 의대생들이 3월 말까지 복귀하는 조건으로 내년도 의대 정원을 2024학년도와 같은 3058명으로 되돌리기로 했다. 교육부는 7일 내년도 정원 규모는 증원 이전으로 조정하되, 2027년도부터는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의료 파국 앞의 고육지책이겠으나, 13개월째 이어지고 있는 전공의·의대생들의 집단행동에 정부가 결국 백기를 들고 물러섰다. 1년 넘게 국민이 겪은 혼란·고통에 아랑곳없이 의대 정원·필수의료 개혁도 중대 고비에 처했다.
이번 결정은 의대 학장협의체가 지난달 24일 교육부 장관과의 간담회에서 건의한 내용을 수용한 것이다. 전날 정부 비공개 회의에서 “정책 실패를 자인하는 셈”이라며 의견 조율에 진통을 겪었지만, 의대 교육이 더 이상 파행을 빚어서는 안 된다는 위기의식이 작용했다. 휴학생들이 미복귀하고 올해 신입생도 가세하면, 내년에는 사실상 수업이 불가능한 상황까지 올 수 있다. 교육부가 이날 발표한 ‘의대 교육 정상화’ 대책은 25학번에 더해 24학번이 복귀하는 소위 ‘더블링’에 대응해 분리 교육하는 방안이 골자다. 그럼에도 올해 신입생과 휴학생들은 과밀 환경에서 수업을 받을 수 밖에 없다. 정부와 대학의 지속적이고 실효적인 교육 대책이 뒤따라야 한다.
관건은 의대생들의 수업 복귀 여부다. 정부는 수업 복귀를 전제로 내년 의대 정원을 원점으로 돌린다고 했지만, 의대생 복귀를 끌어낼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대통령 윤석열의 탄핵심판 뒤 협상에 나서려는 움직임도 있다고 한다. 정부는 의대생들의 수업 미복귀시 내년도 의대 정원 규모는 증원된 5058명 선으로 유지한다는 입장이다. 의료계는 ‘필수의료 패키지’ 철회 등도 함께 요구하고 있어 의정 갈등 불씨는 여전히 잠재해 있다.
의정 갈등은 지난해 2월 정부가 ‘의대 2000명 증원’을 불쑥 발표하며 시작됐다. 이에 반발해 대학병원 전공의들이 집단 사직했고, 의대생은 동맹 휴학에 들어갔다. 정부는 왜 2000명인지에 대한 근거를 대지 못했다. 초창기 국민적 공감이 컸던 의대 증원이 결국 실패한 것은 정부의 일방통행식 정책 탓이 크다. 애초 이해당사자들과 증원 규모를 조율해 합의를 이끌어내야 했지만 그렇게 하지 못했다. 첫단추를 잘못 꿴 정책이 어떤 혼란을 초래하는지 보여준 최악의 국정 실패 사례라 하겠다.
정부는 국민 고통 속에서 무엇 하나 해법을 찾지 못한 의료대란 1년에 대해 사과해야 한다. 그후 의료인력수급추계위 등에서 2027년 이후 의대 정원 증원 규모와 지역·필수 의료 강화를 위한 로드맵을 다시 짜야 한다. ‘내년 의대 증원 0’ 요구를 관철한 의료계는 전향적으로 의·정 대화에 나서고, 학생과 전공의들도 학교와 의료현장에 복귀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