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 수괴 혐의로 구속기소된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4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탄핵 심판 5차 변론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법원이 7일 내란 수괴 혐의를 받는 대통령 윤석열의 구속취소 청구를 인용했다. 구속기소 40일 만으로, 구속기간 만료후 기소가 이뤄져 위법하다는 윤석열측 주장을 받아들였다. 검찰이 7일 이내 항고하지 않으면 윤석열은 불구속 상태에서 헌법재판소 탄핵 심판과 내란죄 형사재판을 받게 된다. 체포·구속 과정에서 헌정질서 유린 증거를 인멸하며 저항하고, 탄핵 심판 내내 갖은 거짓말로 국론 분열을 선동해온 내란 범죄자의 위험성에 비춰 볼 때 유감스러운 결정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재판장 지귀연)는 이날 윤석열 측 구속취소 요구를 인용하면서 구속기간 만료 상태에서 기소됐다고 봐야한다고 판단했다. 구속 기간은 실제 시간 단위로 계산하는 것이 피의자 인권을 위해 바람직하다는 것인데, 그동안 일 단위 구속기간 산입 관행을 깨고 윤석열 구속취소 판단에 처음 적용한 것이다. 내란 범죄의 중대성과 위험성을 감안하면 아직 판례가 확립되지 않은 법리를 적용한 것은 아쉬움이 크다. 검찰은 법리 다툼 여지가 큰 만큼 구속취소에 대해 항고해야 한다.
법원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수사 범위에 내란죄가 포함되지 않고 검찰과 공수처가 구속기간을 나눈 것이 ‘위법’이라는 윤석열 측 주장은 그대로 인정하지 않았다. 다만 절차의 명확성과 수사과정의 적법성에 관한 의문을 해소하는 것이 바람직해 구속취소 사유는 된다고 봤다. 결과적으로 법 규정이 미비한 상황에서 수사기관간 수사 경쟁과 혼선이 구속취소 빌미를 준 셈이다. 내란 범죄자의 구속을 두고 혼선과 차질을 빚은 공수처와 검찰·경찰은 성찰하고 미숙한 일처리에 대해 사과해야 한다.
법원의 구속취소 사유는 비상계엄의 위헌성을 따지는 탄핵 심판과는 별개이다. 국민이 목도하고, 이 사건 관련자들이 인정한 내란 혐의 증거가 흔들릴 여지도 없다. 그런데도 내란 세력이 ‘계엄은 계몽령’이라는 식 궤변에 힘이라도 실린 것처럼 선동하고 분열을 부채질한다면 죄질만 더 무거워질 것임을 알아야 한다.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결정이 대한민국 헌정질서를 바로 잡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며 “헌재도 공정하고 정의로운 판결을 내려주기를 바란다”고 했다. 법원이 헌법적 법리 판단이라도 했다고 여기는 것인가. 안그래도 탄핵 심판 내내 ‘체포 지시는 없었다’는 등 윤석열의 온갖 거짓과 궤변에 울화가 치민 민심을 더이상 화나게 하지 말아야 한다.
법원의 이날 구속취소 의미는 내란 범죄의 중대성과 피의자에게 내려질 형의 무거움을 감안할 때 재판·수사 절차에 작은 흠집이나 의문도 남겨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역설적으로 윤석열 혐의의 중대성을 염두에 둔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정치권은 지금이 비상시국임을 깊이 자각하고, 국론 분열이 위험 수위를 넘지 않도록 법원 판결의 정략적 악용을 자제해야 한다. 극우 세력의 법치 부정과 서부지법 사태와 같은 난동도 다시 일어나선 안된다. 헌재와 법원은 정치권과 거리의 어떤 압박에도 개의치 말고 차질 없이 탄핵 심판과 내란죄 형사 재판을 속도감 있게 진행해 가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