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일 윤석열 대통령 지지자들과 보수단체 회원들이 서울 세종로 사거리 일대에서 탄핵 반대 집회를 열고있다. 2025.3.8 이준헌 기자
윤석열 대통령에 대해 법원이 ‘구속 취소’ 결정을 한 다음 날인 8일 토요일, 서울 도심에서 매주 주말 이어지던 대규모 탄핵 반대 집회가 또 열렸다. 이날 집회 참가자들은 ‘구속 취소’에 한껏 상기되거나 다가온 탄핵 심판 선고에 긴장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날 정오 무렵부터 종로구 광화문광장 인근에는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주도하는 ‘대한민국바로세우기국민운동본부’(대국본)의 탄핵 반대 집회에 참여하려는 이들이 모여들었다.
지하철5호선 광화문역 방향으로 가는 전차 안에서는 태극기와 성조기 배지를 단 70대 남성 등 중장년층이 쉽게 목격됐다. 태극기가 새겨진 마스크를 착용한 50~60대 여성 2명도 보였다.
이 여성들은 대표적인 보수 연사로 거듭난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에 대해 이야기하거나, 전날 ‘윤석열 대통령 만세’라고 적힌 유인물을 뿌리고 분신한 80대 남성에 대해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이들은 전날 전해진 ‘구속 취소’ 소식에 대해 “이겼다”며 좋아했고, 유튜브 방송을 시청하면서 광화문으로 향했다.
지하철5호선 광화문역사는 탄핵 반대 집회 참가자들로 가득했다. 이들이 외치는 “이재명을 구속하라”라는 구호가 맴돌았고, 야당 정치인들을 비판하는 서명운동이 이뤄지기도 했다.
“6번 출구는 여깁니다!” 사랑제일교회 명찰을 단 이들은 반짝이는 경광봉을 들고 쏟아져 나오는 집회 참가자들을 안내했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 참가자들이 8일 오후 서울 중구 동화면세점 앞에 모여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김태욱 기자
광화문역 6번 출구 동화면세점 앞에는 세종대로 서울시청 방향을 바라보고 대형 무대가 설치되어 있었다. 집회에 모인 이들은 “전광훈이 옳았다” “윤 대통령은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싸움을 시작한 것이다”라는 식의 발언들을 계속했다.
대형 태극기와 성조기가 세종대로에 모여든 집회 참가자들 위로 숭례문 방향에서부터 천천히 이동해왔다. 집회에 참석한 이들은 환호하면 자신이 손에 든 작은 태극기와 성조기도 흔들었다.

대형 태극기와 성조기가 8일 오후 서울 중구 동화면세점 앞 세종대로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 참가자들에 의해 옮겨지고 있다. 김태욱 기자
집회 참석한 이들은 대부분 중장년층이었다. 이들의 관심사는 전날 법원의 ‘구속 취소’ 결정과 다음 주로 예상되는 ‘탄핵 심판’의 결과였다.
익명을 요구한 한 50대 여성은 윤 대통령에 대한 구속 취소 소식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 묻자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다음 주로 예상되는 탄핵 심판 결과에 대해서도 “탄핵 자체가 불법”이라며 결과를 받아들이지 않으려는 듯했다. 또 “당연히 기각이나 각하가 돼야 한다. 그렇게 안 되면 폭동이 일어날 것”이라고 했다.
한 80대 여성 김모씨는 “구속취소는 당연하다. 어제 너무 신나서 잠을 못 잤다. 부처님이 돕고 하나님이 도운 것이다”라고 말했다. 김씨는 또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 선고 결과는 기각이 될 것”이라며 “‘팔대빵(8:0)이 될 것”이라고 자신만만해했다.
이날 집회에는 20~30대 청년들의 모습도 보였다. 이들은 대체로 기독교적 배경과 매우 보수적인 정치색을 숨김 없이 드러냈다. 한 20대 남성은 자신이 민주노총에서 활동하다 나왔다며 “나라 돌아가는 꼴을 보니 공산화만큼은 안 되겠다 싶어 나왔다”며 “하나님의 크고 놀라운 경험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민석 서울대 트루스포럼 대표는 “이제 탄핵 선고만 남았다. 선고 이뤄질 때까지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자유대한민국을 지켜낼 것이다”라며 “결과는 각하되리라 생각한다. 이재명에 (정권을) 헌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집회 참석자들은 자신이 ‘극우’라고 자임했다. 집회 사회자는 ‘서울서부지법 난입·폭력 사태’를 거론하며 “감옥에 있는 젊은 청년과 애국자들 다 꺼내오고 모조리 빨갱이로 채워야 한다”며 “극우라는 이야기가 나왔는데, 여기 극우 아닌 사람 손 들어봐라”라고 말했다.
이 사회자는 집회 참가자들에게 자신을 따라 해보라며 외쳤다. “우리는 극우임을 다시 확인합니다. 자랑스러운 자유대한민국을 사랑하는 극우다. 따라서 헌법재판소가 반드시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각하할 것을 명령한다. 대한민국 극우가 명령했다.”
이날 무대에 오른 한 참가자는 소리를 지르면 자신들의 유튜브 채널을 홍보했다. “왜 ‘전광훈tv’ 들어와서 구독·좋아요·알람 설정 하란 말이야! 왜 실시간 (시청자가) 10만명이 안 들어오냐고! 들어올 거야 안 들어올 거야!”
윤 대통령의 구속 취소에 이들은 한껏 들뜬 모습이었다. 무대에 오른 이는 “오늘 기분 좋게 조끼 입은 분들께 헌금합시다!”라고 말했다. 주황색 조끼에 ‘헌금’이라는 명찰을 단 중년 여성들이 십자가가 새겨진 파란 헌금주머니를 들고 집회 참가자들 사이를 오갔다. 그 사이 찬송가가 흘렀고 참가자들은 태극기를 흔들며 따라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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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이날 비슷한 시간 영등포구 여의도광장 인근에서도 보수단체 세이브코리아가 주최한 윤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가 열렸다. 이 집회 주도한 손현보 목사는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 반대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비판을 더욱 강조하는 듯 했다.
손 목사는 “이재명은 만약에 정권을 잡게 되면 한 번 만에 내려오겠습니까? 내려오는 순간에 법원에 가야 되고 감옥에 가야 하는데 내려오겠습니까? 지금까지 해왔던 이재명의 형제를 보면 헌법을 개정해서라도 죽을 때까지 이 나라를 독재 체제로 만들고도 남을 사람이 이재명입니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재명이 죽어야 대한민국이 산다”라며 “하나님 이 대한민국을 구하소서!”라고 기도했다.

8일 오후 서울 중구 동화면세점 앞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에서 한 중년 여성이 헌금 주머니를 들고 참가자들 사이에서 헌금을 걷고 있다. 김태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