왓챠 <사랑할 땐 누구나 최악이 된다>

영화 <사랑할 땐 누구나 최악이 된다>. 그린나래미디어 제공
![[오마주] 사랑 앞에 최악이 되는 우리의 이야기···“혼자는 두렵지만, 그게 바로 떠나는 이유”](https://img.khan.co.kr/news/2025/03/09/news-p.v1.20250306.201e16a58fbc456cb70f5ecc7df53c57_P1.png)
‘오마주’는 주말에 볼 만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콘텐츠를 추천하는 코너입니다. 매주 일요일 오전 찾아옵니다.
“사랑할 땐 누구나 최악이 된다” 이 영화의 제목에 다들 공감하시나요. 우리는 사랑할 때 본인의 추한 모습을 발견하곤 합니다. ‘나조차도 몰랐던 나’에 놀라곤 하죠. 친구에게라면 내뱉지 않을 막말을 애인에게는 거침 없이 쏟아붓기도 하고, 상대방의 진로에 주제 넘게 간섭하기도 합니다. 심지어는 그런 못난 나를 견뎌준 사람을 저버리고 새로운 사랑을 찾아 떠나기도 해요.
이 영화는 사랑 앞에 기꺼이 최악이 되는 율리에(레나테 레인스베)의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하지만 율리에는 결코 최악이 아니었다고, 그는 사랑 앞에 최선을 다한 솔직하고 용기 있는 여성이라고 변호하고 싶어요.
율리에는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해야 하는 사람입니다. ‘입학하기가 어려워서’ 택한 의학은 그에게 흥미를 주지 못합니다. 그는 “외과는 실체가 분명한 의술이라서 마치 목수가 된 것 같은 느낌이 든다”며 심리학으로 길을 틉니다. 그러다 “사진작가가 되고 싶다”며 학자금 대출로 카메라와 렌즈를 삽니다. 서점에서 일하며 생계를 유지하고, 사진을 배웁니다. “안전망은 없지만 망설일 순 없다”.율리에는 불투명한 미래 앞에서도 이같이 말합니다.
사진을 공부하던 율리에는 한 파티에서 악셀(앤더스 다니엘슨 리)을 만납니다. 스물아홉 율리에와 마흔다섯 악셀은 각자의 인생에서 다른 단계를 건너고 있습니다. 악셀은 성공한 만화가로 이미 자리를 잡았고, 아이 낳기를 원합니다. 율리에는 그렇지 않죠.
서로에게 행복을 선물해주던 두 사람 사이는 조금씩 금이 갑니다. 악셀의 출판기념회가 열린 날. 율리에는 그 균열을 마주합니다. 율리에는 파티장을 나와 무작정 걷습니다. 아는 사람 하나 없는 파티장에 들어갑니다. 그곳에서 에이빈드(할버트 노르드룸)를 만납니다. 율리에는 ‘추한 나’를 견딘 악셀과 함께 있을 때 에이빈드의 얼굴을 떠올립니다.
율리에는 악셀에게 “난 내 삶의 구경꾼인 기분이야. 내 인생인데 조연 역할을 하는 것 같아”라고 합니다. 율리에는 사실 혼자가 되는 게 두렵습니다. “그를 떠난 그녀는 얼음 위의 밤비처럼 될 거다. 하지만 그게 바로 떠나야 하는 이유였다” 영화는 이렇게 말합니다.
율리에는 에이빈드에게 “너랑 함께 있으면 완전한 내가 돼”라고 말합니다. 율리에는 비로소 인생의 주연이 된 걸까요. 그는 에이빈드에게 “마지막으로 읽은 책이 뭐야?” “넌 50살까지 커피나 나르고 싶겠지만 난 더 많은 걸 원해”라고 상처를 주기도 합니다.
이 영화의 장르는 로맨틱 코미디입니다. 율리에의 만남과 헤어짐을 128분에 담았죠. 그런데 사랑 영화만은 아닙니다. 율리에, 율리에 어머니와 할머니, 율리에 친구의 삶에 페미니즘을 담았습니다. 이들은 모두 주변에 흔히 있는 평범한 여성인데, 그들의 일상에는 성차별적인 사회 구조가 녹아있습니다.
악셀은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자신의 만화에 대해 “여성으로서 기분이 나쁘네요. 솔직히 불쾌하거든요”라는 말에 “그건 선택이에요. 불쾌하지 않으면 돼요”라고 맞받아칩니다. 율리에에게 다정한 연인이었던 그는 “포스트 페미니스트들은 늘 자기만 맞다 하지”라며 구시렁대는 남성입니다. 그는 표현의 자유라는 미명 하에 여성혐오를 용인하는, 아니 적극적으로 표출하는 사람이었던 것이죠.
노르웨이 감독 요아킴 트리에의 작품입니다. 제74회 칸 영화제에서 율리에 역의 레나테 레인스베가 여우주연상을 받았습니다. 이 영화의 원작명은 “최악의 인간(The Worst Person In The World)”입니다. 율리에와 함께 ‘최악의 인간’이었던 지난 날을 떠올려보는 주말은 어떨까요.
생각 지수 ★★★★ 평범한 여성의 일상을 통해 사랑과 페미니즘 모두를 말하다
산책 지수 ★★★ 아름다운 풍경을 배경으로 율리에와 함께 걸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