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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나물 국밥 맛집이네”···어르신들의 보람찬 일터 ‘할매정국밥’

입력 2025.03.09 14:28

성북구 어르신일자리 첫 밥집 ‘할매정국밥’

시범사업 마무리하고 10일부터 정식 개점

구 “다양한 어르신 일자리 마련해 나갈 것”

이승로 성북구청장(왼쪽에서 세 번째)이 지난 5일 서울 성북구 장위동 ‘할매정국밥’을 찾아 어르신들에게 감사편지를 전달한 뒤 기념촬영을 했다. 왼쪽에서부터 양동순, 조인, 정일월 어르신. 성북구 제공

이승로 성북구청장(왼쪽에서 세 번째)이 지난 5일 서울 성북구 장위동 ‘할매정국밥’을 찾아 어르신들에게 감사편지를 전달한 뒤 기념촬영을 했다. 왼쪽에서부터 양동순, 조인, 정일월 어르신. 성북구 제공

“점심 먹으려고 일주일에 두 세번 오죠. 먹을만 하니까 오는 것 아니겠어요?”

지난 5일 찾아간 서울 성북구 장위전통시장 초입의 ‘할매정국밥’ 식당. 인근에서 40여 년째 카센터를 운영하고 있는 A씨(83)는 이날도 점심을 먹기 위해 이곳을 찾았다.

“어느새 단골이 됐다”는 그는 “7000원에 한 끼를 먹는데 닭(날계란)까지 주니 자주 안 오겠어요?”라며 어김없이 한 뚝배기를 말끔히 비웠다. 겉절이 김치도 한 접시 더 주문해 먹었다. 이곳에서 일하는 조인 씨(63)는 “장사를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단골이 여럿 생겼다. 저 분도 그 중 한 분”이라며 활짝 웃었다.

할매정국밥은 성북구과 성북시니어클럽이 어르신 일자리 사업의 일환으로 지난달 4일 성북에서 최초로 연 ‘밥집’이다. 관내 카페, 제빵교실 등 여러 어르신일자리 사업이 있지만 밥 집을 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로 시범운영 한달 째를 맞았다.

할매정국밥 식당의 메인 메뉴는 콩나물 국밥 한 가지다. 사이드 메뉴로 메밀전병과 부침두부가 있지만, 바쁜 시장 사람이 주고객인 이곳 식당은 점심시간이면 콩나물 국밥 주문만으로도 정신이 없다.

이곳에서 판매되는 콩나물 국밥은 지방의 한 유명 식당에서 로열티를 지급하고 받아온 조리법으로 만든다. 어르신들이 수십 차례 연습을 거듭한 끝에 고유한 감칠맛을 내는데 성공했다.

식당은 어르신 일자리 참여자 3인이 1개조(총 4개조)로 편성돼 돌아가며 점심 장사를 맡고 있다. 그날그날 다른 근무조가 조리해도 같은 맛을 낼 수 있도록 모든 조리법을 계량화했다. 양동순 씨(66)는 “평생 밥을 했지만 식당에서 파는 콩나물 국밥에 이렇게 많은 재료가 들어가는 줄은 몰랐다”며 “육수 재료만 수십 가지”라고 말했다.

할매정국밥에서 파는 음식들. 메인 메뉴인 콩나물국밥 외에 메밀전병, 부침두부도 판매한다. 이곳에서 판매하는 음식의 재료는 모두 장위전통시장에서 구입한다. 성북구 제공

할매정국밥에서 파는 음식들. 메인 메뉴인 콩나물국밥 외에 메밀전병, 부침두부도 판매한다. 이곳에서 판매하는 음식의 재료는 모두 장위전통시장에서 구입한다. 성북구 제공

이 식당은 ‘어르신들에게 생산적인 일자리를 제공하는 동시에 주변 상권과 공존할 수 있는 업종을 찾아보자’는 취지에서 기획됐다. 식당을 열기로 한 뒤 최종 ‘메뉴’를 선정하기까지 많은 검토 과정을 거쳤다.

구본규 성북시니어클럽 관장은 “식당을 구상한 이후 주변 상권과 겹치지 않는 메뉴를 오랜 기간 고민했다”며 “인근에는 순대국밥집 외에는 국밥집이 없다. 메뉴가 겹치지 않으면서 푸짐하게 내놓을 수 있는 메뉴를 고민하다 콩나물 국밥으로 정했다”라고 설명했다.

이날은 어르신들의 첫 월급날이기도 했다. 예상보다 높은 수익 덕분에 어르신들은 기본급여에 더해 인센티브까지 받았다. 가게를 방문한 이승로 성북구청장은 손수 쓴 편지를 어르신들에게 전달했다. 이 구청장은 “단순한 보상이 아니라 어르신들의 땀과 정성이 담긴 값진 결실이란 점을 꼭 알아달라”고 말했다.

할매정국밥은 10일부터 정식으로 개업한다. 정식 개업 후에는 저녁 장사도 하기때문에 점심에만 먹을 수 있었던 콩나물국밥을 저녁에도 즐길 수 있다. 성북구 관계자는 “이번 성과를 토대로 어르신들이 보람을 느낄 수 있는 다양한 일자리를 만들어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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