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가 지난 7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여야가 배우자에 대한 상속세 전면 폐지에 동의했다. 더불어민주당이 현재 5억원인 자녀·배우자 공제액 한도를 8억·10억원으로 각각 확대하는 상속세제 개편안을 내놓고 국민의힘이 배우자 상속세 폐지로 맞대응하자,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지난 7일 “이번(3월 임시국회)에 처리하자”고 화답한 것이다. 조기 대선이 유력해지자, 여야가 주거니 받거니 감세 경쟁에 나선 모양새다.
1950년 제정된 배우자 상속세는 개편 논란이 이어져왔다. 세대 내 재산 이전이고 ‘이혼 때는 비과세, 상속 때는 과세’하는 문제가 제기됐다. 하지만 국내 상속증여세 부과는 해마다 사망자의 5% 안팎에 그치고, 누진세 성격상 극소수 거액 자산가들이 대부분을 부담한다. 여기에 국민의힘은 현행 50%인 상속세 최고세율과 가업상속세도 내리자고 주장한다. 여당과 정부는 상속세 부과 방식도 유산 총액에 매기는 현행 유산세에서 상속인이 물려받은 유산을 기준 삼는 유산취득세로 변경하자는 입장이다. 하나 받고 다시 얹는 식의 감세 경쟁이 상속세로 촉발된 국면이다.
조세 정책은 재정 건전성과 공정성, 형평성을 모두 고려해 중장기적 관점에서 균형 있게 검토해야 한다. 상속세는 과도하게 완화할 시 부의 대물림이 용이해지고 경제적 양극화가 심해질 우려가 크다. 시대 변화도 고려해야 하지만, 상속세 개편은 어느 선에서 어디부터 할지 대상·시점·방식 모두 신중해야 한다. 선거 앞에 환심 사려고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 할 일이 아니다.
지금은 감세 경쟁을 하기에도 적절한 시기가 아니다. 고환율·고물가·고금리로 인한 경제위기가 길어져 재정 지출을 확대할 필요성이 커졌다. 반면 윤석열 정부의 감세 정책으로 지난 2년간 90조원의 세수 결손이 발생했고, 올해 세수 전망도 어둡다. 나라 재정은 화수분이 아니다. 감세를 하려면 줄어드는 세수를 어떻게 확충할지 계획도 세워야 한다. 깎아주겠다는 말보다, 여야는 감세·증세의 종합적인 세정 틀과 로드맵부터 먼저 제시해야 한다.